태국 방문 이틀째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10여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바쁘게 움직였으나 관심의 초점은 1시간여 동안 계속된 한미정상회담에 모아졌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먼저 나와 예정에 없던 모두 발언을 자청, "노 대통령은 미국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라며 "나의 긴밀한 친구인 노 대통령과 아침을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하는 등 각별한 친근감을 보여줬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면서 회담 말미에는 "노 대통령과 대화하는 것이 항상 즐겁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노 대통령을 '가식없는 사람(real person)'이라고 평했다.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편안한 사람(easy man)'이라고 지칭했던 것과는 사뭇 어감이 달라져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훌륭한 연설(effective address)' '진실함(sincerity)'이라는 표현으로 노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평화 기여를 평가하고 "최근 유엔의 대 이라크 결의안을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해 이 결의가 파병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6자회담의 진전과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를 깊이 검토하고 있는 것을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은 전날부터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불가침 조약을 대신한 '다자 틀 내의 안전보장'을 밝혔다고 보도됨에 따라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회담 결과 부시 대통령이 직접 '문서에 의한 다자보장'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당초 이르면 오전 8시(현지시간)께 사전 배포될 것으로 예정된 공동 언론발표문이 10시20분이 넘어서까지 나오지 않아 한때 "양국간 이견으로 막판 진통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문구 조정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담 결과의 발표형식과 관련, 우리측은 두 정상이 직접 언론에 발표하기를 희망했으나 미국측이 난색을 표명해 불발에 그쳤다.
회담장을 취재한 풀기자들은 "부시 대통령은 뭔가 결연한 표정이었으며 노 대통령도 그런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시종 양손을 탁자 위에 가지런히 모은 채 노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다. 하얏트 호텔의 회담장은 테러 첩보에 따라 3중 검색이 펼쳐졌고 3,000여명의 경호 인력이 동원됐다.
/방콕=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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