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 배우자를 바꿔 성관계를 갖는 '스와핑(swapping)'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라는 점, 또 전국에 스와핑사이트 등록회원이 6,000쌍이 된다는 점 등으로 파장은 충격은 더욱 컸다. 성 해방을 부르짖는 서구에서나 성행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스와핑'이 이제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것이다.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들이 왜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에 빠져드는 걸까? 당사자들은 대부분 "권태로운 부부관계에서 벗어나 부부애를 좀더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강변한다. 3년 넘게 스와핑을 하고 있다는 A(38)씨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단조로운 고속도로보다는 볼거리가 많은 국도와 지방도로가 좋은 것처럼 스와핑도 권태를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 말은 대다수의 스와핑 부부가 이미 파탄지경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스와핑이라는 극단적으로 왜곡된 성의 탐닉을 통해 부부가 '동지애'를 느끼면서 돈독해질 수도 있다. 마치 납치범과 납치당한 사람이 극한 상황을 공유한 동반자로서 친밀감을 느끼는 '스톡홀름 신드롬'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같은 동지적 친밀감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한 정신과 전문의의 말처럼 "스와핑은 새로운 부부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좀더 말초적이고 강렬한 성적 자극을 추구하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좋았던 사이가 서로 틀어지는 순간 이들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적대적인 관계로 바뀌어 파국을 맞을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스와핑이 아직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성도착증의 일종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스와핑 부부를 '충동조절장애 환자'라고 규정하는 전문의도 있다. 인간은 고등 이성을 담당하는 두뇌의 전두엽과 감정과 기억 등을 맡은 변연계가 상호작용하면서 충동을 조절하는데 스와핑 부부들은 충동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정신상태는 '노이로제 환자와 같은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이들이 당장엔 '터부'를 깨는 극치의 희열감을 느끼고 겉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결국 누구나 가진 양심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심하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와 성관계를 가진 오이디푸스가 자기 눈을 찌르고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 대목이 있다. 이것이 바로 보편적인 인간의 심성이다. 부부교환은 부부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가정 파괴의 지름길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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