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인 K(24)씨는 샤워를 마치면 반드시 거울 앞에 서서 가슴을 이리저리 비춰본다.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생긴 버릇이다. 초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면 치유율이 높은 만큼 자가진단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여성 중에 자가진단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엔 자가진단법 실효성을 부정하는 주장도 있어 여성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낮아지는 유방암 발병 연령
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의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서구 여성은 50세 전후 폐경이 돼야 유방암이 늘어나지만 한국 여성은 40대가 가장 높다. 특히 유방암 환자 4명 가운데 1명은 40세 이전에 발병했다. 1996∼2001년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유방암 환자도 30, 40대가 전체 환자의 58%에 이른다.
유방암은 이른 초경, 늦은 폐경, 만혼(晩婚), 출산 기피 등이 주요 발병요인을 추정된다. 또 직장 여성의 잦은 야근도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코펜하겐 암연구소는 6개월 정도 야근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면역력을 높이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줄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증가하기 때문. 가중한 스트레스와 호르몬대체요법(HRT)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가 진단 여전히 유효
유방암은 혹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나 피부가 함몰될 경우 유두 주위에 피부 습진이 생기거나 겨드랑이에 임파선이 만져지면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유방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은 아니므로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김미혜유클리닉 김미혜 원장은 "가슴 멍울의 90%는 양성 종양이므로 전이되지 않고 생명에도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유방암 진단법은 스스로 유방을 만져서 이상을 알아내는 '자가진단법'. 나이에 관계없이 한 달에 한 번씩 유방을 촉진(觸診)하는 것으로 생리하는 여성은 생리가 끝나고 2∼3일 뒤에, 폐경 여성은 매달 일정한 날에 하면 된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생리기간 중 유방 멍울이 발견되면 1∼2주 기다렸다가 재검진을 해야 하며, 이때도 멍울이 있으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가진단법 효과를 의심하는 주장도 있다. 미국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소는 "중국 상하이 26만 여성을 조사한 결과, 11년 뒤에 자가검진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유방암 발견율과 사망률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의들은 자가진단법이 젊은 여성에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양정현 진료부원장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기검진 프로그램이 없는 현실에서 자가진단법 이상의 대안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령에 맞는 검진을
특수 방사선을 이용하는 유방촬영술(맘모그래피)은 가슴 X선보다 방사선 피폭량이 50배나 많다. 따라서 20∼30대 여성이 유방암 검진을 위해 매년 유방촬영을 하면 오히려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20대에는 유방 초음파검사를 먼저 함으로써 방사선 피폭 부담을 줄이고, 검진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진단방사선과 문우경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은 유선 조직이 단단한 '치밀(緻密)유방'이 많아 초음파검사가 진단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30대에는 매년 초음파검사를 위주로, 필요시에만 유방촬영술을 하는 게 좋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유방촬영과 함께 초음파검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25세 이후 6개월마다 초음파검사를, 매년 유방촬영술을 받아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유방암 자가진단법 (유방암학회 권고안)
1. 거울 앞에서 유방의 전체적인 윤곽, 좌우대칭 여부, 유두와 피부 함몰 여부 등을 살핀다.
2. 양손을 올려 유방의 피부를 팽팽하게 한 뒤 피부 함몰 여부를 관찰한다.
3. 왼손을 어깨 위로 올린 뒤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끝을 모아 유방 바깥에서 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리며 유두를 향해 천천히 들어오면서 촉진한다.
4. 유두를 짜면서 분비물이 있는지 살펴본다.
5. 겨드랑이에 멍울이 있는지 만져본다.
6. 반대쪽 유방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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