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이 높아진 요즘에는 반지나 귀걸이 하나를 사면서 전당포에 저당 잡힐 것을 고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국민들이 귀금속을 구입하는 기준은 1950년대의 환금성에 머물러 있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보석이 나의 다양한 디자인의 선택권을 누리지 못하는 피해를 받는다. 우리나라의 귀금속 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14캐럿인가, 18캐럿인가를 따진다. 가치 기준이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옷을 살 때는 자기에게 어울리는 디자인과 색상을 철저히 따지면서 유독 귀금속을 구입할 때만은 디자인이 안중에 없다.이런 몰개성은 신세대도 예외가 아니다. 신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디자인 감각을 갖고 있고 개성을 중요시한다고 여겨지지만 귀금속을 고를 때는 기성세대와 차이가 없다. 이들의 귀금속에 대한 생각은 '귀금속=리어카'이다. 이들은 개성 있고 눈에 확 뜨이는 제품보다는 진짜처럼 보이는, 그래서 디자인이 틀에 박힌 제품을 고른다. 길거리 노점상이나 리어카에 있는 귀금속이 그들의 귀금속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신세대들의 귀금속 문화가 기성세대보다 더 구태의연한 면이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몰개성은 귀금속 디자이너의 창작 의욕을 떨어뜨린다. 소비자들은
우리나라의 귀금속 세공 기술은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장인정신을 귀금속 디자인 예술로 승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부가가치 높은 산업의 하나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앞에서 지적했듯이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이제 보석은 '비싸고 돈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귀금속=개성'이라는 생각을 가질 때 우리나라의 귀금속 문화는 도약할 것이다.
귀금속은 재산이 아니라 자기 표현 방식의 하나이다. 비싼 귀금속으로 치장했다고 해서 나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귀금속이 얼마나 나의 개성을 살려주느냐를 따지자. 귀금속은 인간 내면의 멋을 다양한 스타일로 창출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 귀금속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 하루 빨리 우리의 귀금속 문화가 리어카 문화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정 순 원 (주)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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