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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를 보는 "두개의 눈" / 탄생 100주년… 대학로서 공연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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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를 보는 "두개의 눈" / 탄생 100주년… 대학로서 공연 잇달아

입력
200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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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러시아 시대에 한 관리가 극장에 갔다가 앞 자리에 앉아 있던 장군에게 재채기를 한다. 관리는 계속 이 일을 사과하려고 하지만 자기를 놀리는 것이라고 오해한 장군은 화를 낸다. 장군이 재채기한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믿은 관리는 결국 자살하고 만다. 단편 소설 '관리의 죽음'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가 어떤 작가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비극적 인생의 단면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운 자화상을 날카롭게 포착해 낸 작가였다.체호프 탄생 100주년을 1년 앞두고 대학로에서 그의 4대 장막극 중 '갈매기'(문예회관 대극장)와 '벚나무 동산'(대학로 극장)이 나란히 공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갈매기'는 러시아의 대표적 극단 유고자파드, '벚나무 동산'은 99년 '세자매'를 무대에 올린 것을 비롯해 체호프의 작품을 꾸준히 공연해 온 극단 백수광부가 맡았다. 체호프에 대한 러시아와 한국의 해석 차이를 한 자리에서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공연 시간이 2시간 30분에 이르는 극단 백수광부의 '벚나무 동산'은 체호프의 원작에 최대한 충실했다. 지주였던 라넵스카야 부인과 그 일족은 파산하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벚나무 동산은 경매로 넘어간다. 농노의 후손인 로파힌이 벚나무 동산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자칫 복수극이나 비극으로 흐르기 쉬운 내용의 '벚나무 동산'은 인물의 대화 단절과 독백, 언어 유희로 한편의 코미디가 되어 버린다. 소극장에 맞도록 단순화한 무대 장치와 고증을 통해 제작된 의상은 한껏 분위기를 살린다. 또 원작을 다시 번역해 체호프 작품이 가진 대사의 묘미를 최대한 전달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연출을 맡은 윤영선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교수는 "선악의 대결이나 갈등 구조 대신 인물 개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체호프의 작품은 쉽게 소화하기 힘들어서 배우와 연출가 모두에게 늪과 같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체호프 작품을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삶에 대한 빼어난 통찰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극단인 유고자파드의 '갈매기'는 체호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공연으로 러시아에 앞서 한국 무대에서 먼저 선보였다. 백수광부의 '벚나무 동산'과는 대조적으로 유고자파드의 '갈매기'는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해석했다.

'갈매기'는 주제와 줄거리의 대담한 생략, 사소한 일상사의 재현으로 체호프 생전에는 신랄한 비판을 받은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벨라코비치는 '빛과 어둠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평가에 걸맞게 다양한 음악과 몸 동작, 조명의 변주를 통해 작품이 지닌 본래의 혁신성을 최대한 표현해낸다. 단 대사의 묘미를 자막을 통해 간접적으로 맛보아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 유고자파드의 '갈매기'는 20일까지, 극단 백수광부의 '벚나무 동산'은 11월5일까지 공연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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