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동업자'라고 인정한 '오른팔'이다. 연세대 83학번인 그는 1987년 수배를 받아 부산으로 피신했던 중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났고 88년 노 대통령이 13대 국회에 진출한 뒤 15년 동안 정치역정을 함께 해왔다. 때문에 그에게는 '386 핵심실세'라는 별칭이 따라다녔고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견제가 있어왔다.그가 10일 돌연 사표를 낸 것은 노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으로 불리는 천정배 의원의 사퇴요구가 결정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 실장은 이미 자신이 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면 언제든 물러날 생각이었다"며 "천 의원이 사퇴를 요구하는데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설명했다.
또 최근 썬앤문 그룹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그에게는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1일에도 "진상이 밝혀지면 정말 허탈할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전에 그는 "의혹이 나온 것만으로 대통령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었다.
사표를 낸 뒤 강원도로 내려간 그는 "절대 안 돌아온다"며 "아름답게 떠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밖에 남아 있어도 비선(秘線) 논란이 일 수 있어 외국 유학을 떠나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시절부터 그는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한때 '그가 장관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등 월권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청와대측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대신 이런 악의적 루머가 퍼지면서 그는 최대한 처신을 조심해왔다고 한다. 한 인사는 "
국정상황실 직원과만 식사를 하는 등 몸조심 하는 것이 처절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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