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의 자살로 노사관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올 들어 두산중공업 노조원, 화물연대 노조원 등 노동계의 자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등은 이번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회사측에 대한 투쟁을 강화키로 함으로써, 순조롭지 못한 노·사·정 관계가 한층 더 냉각될 전망이다.자신의 단독 장기농성에도 불구하고 노사협상은 진척이 없고, 파업조합원에 대한 임금 가압류·손배소 압력, 노조간부에 대한 사전체포영장, 동참조합원 이탈 등이 김씨를 자살로 몰고 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넉달이 넘는 투쟁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데 절망한 듯하다. '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도 자본가와 정치가, 보수언론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 이라는 유서가 안타까움을 준다. 짐을 덜어주지 못한 회사와 정부, 노조 자신의 무신경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운동가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는 노사문화의 현주소를 직시해야 한다. 파업 때 많은 노사는 협상보다는 과도한 대립으로 치닫는다. 파업종료 후에도 많은 노조원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회사가 노조원에게 파업책임을 물어 재산·급여 가압류까지 하는 조치는 개인의 감당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불법파업을 막기 위한 조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이 사건이 가뜩이나 나쁜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주름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노사가 먼저 모두 목소리를 낮추고, 이 비극에 대해 엄숙한 책임의식을 느꼈으면 한다. 노조의 분노는 이해될 수 있지만, 이를 계기로 투쟁의지만 분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노사 간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점검·반성하는 새 출발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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