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지 불과 8개월여만의 일이다. 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떠받들어온 사람들이 줄을 이어 낙마(落馬)하고 있는 것은, 일부에서 주장하듯 가히 '정권말기적 현상'이라고까지 할 만 하다.무엇보다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의 사퇴로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불어왔던 386 핵심측근 '우(右)광재, 좌(左)희정'은 공식라인에서 사라지게 됐다.
노 대통령의 왼팔이었던 안희정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나라종금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일찌감치 청와대 입성을 포기한 뒤 출마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는 이 사건으로 불구속기소돼 1심 재판 계류중이다.
20여년 동안 노 대통령을 보좌해온 '집사'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SK로부터 11억원을 받아 노 대통령을 재신임 국면으로 몰고 간 인물이 됐다. 이외에 2000년부터 노무현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하며 대선과정의 공신이었던 염동연씨도 나라종금 사건으로 기소돼 있고,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몰래 카메라 파문을 일으킨 청주 룸살롱 향응 문제로 퇴진했다. 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잇딴 낙마로 청와대 분위기는 침울하다. 이와 함께 이 실장의 사퇴가 '정신적 여당'인 통합신당의 공세가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희생양 찾기 정치를 한다"는 분노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실장이 마치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내부사정을 모르는 오해이며 옛날식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국정상황실의 모든 보고서는 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전 또는 동시에 비서실장실과 관련 수석·보좌관실에 보고가 되는데 무슨 정보 독점이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정풍파동 때를 봐도 천정배 의원 등의 위기상황 돌파 방식은 항상 하나의 희생양을 만드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밖에서는 항상 청와대가 민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386 참모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그런 불만이 있던 김에 재신임 정국이 되자 이를 기회 삼아 공격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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