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마르크바르트 지음 서유정 옮김 휘슬러 발행·1만2,000원
철인(哲人) 소크라테스와 20세기 대중문화의 상징인 팝콘의 상관 관계는?
존재와 우주의 의미를 꼼꼼하게 따지고 읽어내는데 일생을 바친 철학자와 인스턴트 식품의 대명사 팝콘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은이인 철학박사 우도 마르크바르트는 철학이 아주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이야기한다. 아침 식탁에 오르는 달걀이나 텔레비전도 '물 자체(物 自體)'라는 어려워보이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철학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아탑에 갇혀있는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은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한 것이며, 소크라테스가 그러했듯 대중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철학이야말로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맨발로 아테네 시장을 종일 쏘다녔던 소크라테스, 산책하다 우물에 빠지고 만 탈레스, 이류 여가수를 사랑했던 독설가 쇼펜하우어 등 책은 철학자들의 일화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단순히 재미있고 소소한 읽을거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철학자들의 논쟁과 토론, 사랑과 죽음 등을 살펴보면서 거기 담긴 철학적 의미를 탐색해 간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교하고 명료한 답을 제시하는 대신 산책하면서 조용히 대화를 이끌어가는 듯한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에서부터 니체와 하이데거에 이르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연극이나 심포지엄, 대담 형태로 재구성한 새로운 시도도 책을 돋보이게 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