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팝콘, 애덤 한프트 지음 인트랜스 번역원 옮김 을유문화사 발행·1만8,000원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 책은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게 될 단어와 표현 1,200개로 미래상을 스케치하고 있다. 노화, 어린이와 가족, 기업, 환경, 새로운 사회구조와 행동양식 등 35개 주제에 따라 엮어진 이 책을 읽는 것은 퍼즐 그림 맞추기와 비슷하다. 각 항목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미래상의 모자이크가 얼추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페이스 팝콘, 애덤 한프트가 함께 썼다. 특히 페이스 팝콘은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트렌드 전문가로 그의 책 '클릭! 미래 속으로' '클릭! 이브 속으로'는 국내에도 번역돼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남다른 직관으로, 군더더기 없이 알짜 정보만 전하는 재치있는 글쓰기가 그의 미덕이다.
이 책에는 낯선 개념이 많이 등장한다. '게리보그'(몸이 불편한 노인을 돕는 로봇. 노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게리'와 인조인간을 가리키는 '사이보그'의 합성어) '요구르트 도시'(생기 넘치는 거리의 삶이 있는 번화가) '자궁 서비스'(인조 자궁을 이용한 체외수정, 체외임신. 이를 이용하면 남녀 누구나 나이와 상관없이 결혼 않고도 부모가 될 수 있다) 등등. 하기는 '디지털'이니 '인터넷' 같은 단어가 일상 속으로 파고 든 것도 10년 남짓 됐을 뿐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게 요즘 세상이니, 낯설음은 머잖아 친숙함으로 바뀔지 모른다.
책은 '아직 없는' 단어와 '이제 막 쓰이려는' 단어를 모았다. 곧 태어날, 저자들이 만들어낸 단어는 '새로 나올 용어'라는 이름으로 따로 정리했다. 이 단어들을 어디서 구했을까. 저자들은 미래학자, 트렌드 분석가, 문화평론가로서 온갖 자료를 뒤지고 궁리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다. 그렇게 모으고 골라낸 낱말들을 놓고 한 번 더 검토했다. 생긴 지 너무 오래된 단어가 아닐까 하고. 그 결과 신선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전이 완성됐다.
단순한 사전식 나열을 넘어 이 책은 미래의 흐름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과학적 통계와 분석에 바탕을 둔 통찰력을 자랑한다. 각 항목은 간결한 설명으로 되어있지만, 그 안에 전문가만의 감식안을 담고 있다. 이런 접근법을 통해 점묘법처럼 미래의 파노라마를 펼치고자 한 저자들의 목적은 비교적 만족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미래 예측은 완벽할 수 없는 법, 퍼즐 조각의 이음매에서 가끔 드러나는 빈 틈을 상상력으로 메우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쭉 읽든, 아무 데나 펼쳐 읽든 재미있고 요긴하다. 실용적이기도 하다. 예컨대 노화를 다룬 장에 등장하는 개념들은 실버산업의 전략을 세우는 데 당장 써먹을 만한 것들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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