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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자금 공판/"호텔바 룸에서 150억 박지원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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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자금 공판/"호텔바 룸에서 150억 박지원에 전달"

입력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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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판에 "돈을 직접 건넸다"고 밝힌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 돈 수수를 부인하는 박 전 실장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1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은 "2000년 4월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필요하니 박 전 실장에게 150억원을 만들어주라'고 해서 '부피가 클텐데요'했더니 '무기명 같은 걸로 하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야'라고 양도성예금증서(CD)로 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외출장중인 정 회장을 대신해 2000년 4월 중순 P호텔 22층 바에서 150억원의 CD를 박 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박 전 실장이 설명한 대로 바 구석에 있는 룸을 찾아갔으며 전달한 시간은 총 1분도 걸리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 전 실장은 이에 "돈을 줄 당시 내 동작 하나하나까지 기억한다면서 정작 날짜는 왜 모르느냐"고 따졌고, 이 전 회장은 시선을 돌린 채 "시간과 장소는 박 전 실장이 정한 것 아니냐"고 되받았다. 박 전 실장은 "정 회장이 김영완 씨의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 남들 대신 김씨를 접촉했던 것"이라는 이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정상회담 싱가포르예비접촉 때 홍콩에서 하루 놀고 올 정도로 친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 전 회장은 한편 "특검 조사 마지막 날 정 회장이 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을 보내 '진술을 서로 맞추자'고 요청했지만 '사실대로 진술하겠다'며 거절했다"면서 정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에 변호인측은 "정 회장 빈소에도 안 갔을 정도로 사이가 나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 전 회장은 "말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고 나중에 산소에 찾아갔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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