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간지들이 스와핑(부부교환섹스) 기사를 다루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일탈적인 성문화의 이면에는 인터넷에 만연하는 스팸메일이 한 몫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즉, 인터넷을 통해 대량으로 살포되는 원치 않는 불법광고가 수용자들의 일탈적인 행위를 부추긴 결과가 아닌가 한다.최근 3∼4년 사이에 이러한 스팸메일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법적 규제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었다. 원래 스팸은 미국의 싸구려 햄 통조림을 지칭하는 것이다. 1920년대 업체들이 이 제품의 판매를 위해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퍼부었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을 귀찮게 하거나 괴롭히는 광고를 스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평균 1인당 수신 스팸메일은 약 40통에 달하며, 이중 90% 가량이 음란, 사기, 무단복제 등과 관련된 내용이다.
사실 스팸메일은 막대한 사회적 자원의 손실을 야기한다. 스팸메일을 확인하고 삭제하는데 따른 시간낭비로 발생하는 손실은 연간 2조 6,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스팸메일은 인터넷 정보교환의 안전성을 위협하기도 한다. 스팸메일이 기술적으로 진화하여, 클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고 없이 컴퓨터 모니터에 불쑥 떠올라 인터넷 이용자의 수신권과 정보열람결정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스팸메일의 대부분이 사생활 침해 성향이 있으며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자들의 대응은 미약하여 관련 부서에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스팸메일을 단순히 지워버리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스팸메일로 인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서 스팸메일에 대한 규제와 처벌의 강도가 커져 왔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하는 것처럼 아예 스팸메일을 발송하지 못하도록 하는 옵트인(opt-in) 제도의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다. 옵트인 제도란 스팸메일의 수신거부를 통해서 광고를 걸러내는 옵트아웃(opt-out)과 달리 필요한 광고만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 관련법은 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에 반하여 영리목적의 정보를 반복해서 제공하는 경우 과태료 부과 등 형사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옵트아웃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옵트인 제도를 실시하게 되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모든 메시지를 필터링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개인정보가 검열되는 뜻밖의 부작용이 생긴다. 다시 말해 개인정보의 안전성을 해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신자의 사전동의를 어떤 방식을 통해 얻어내며, 사전동의를 위하여 발송하는 메일에 포함되어 있는 광고는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결국 옵트인 제도는 정보로서의 스팸메일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인터넷상의 스팸메일 역시 일종의 정보라는 측면에서 부분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목이 있으며,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기에는 인터넷 매체의 보편성과 자유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친 감이 있다. 비록 스팸메일이 더욱 기만적인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고 때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전달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부정하는 셈이 되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요한 것은 스팸업자들이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개정을 통한 처벌의 강화보다는 민사소송에서 징벌적 성격을 강화하여 배상액을 크게 증액하고 이를 통해 수용자들의 불법 스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이끌어 내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 될 것이다.
이 재 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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