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끌어온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가 정부의 권고안 발표 포기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기업공개(상장) 논의가 다시 수면 아래로 잠복하면서 두 회사의 상장을 전제로 추진돼 온 삼성차 부채처리와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매각작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더구나 상장이 무기한 보류된 상황에서 정부가 자산재평가 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강제 징수키로 해 업계와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정부안 확정 왜 무산됐나
금융감독위원회는 17일 "상장이익 배분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상장자문위원회의 자문안을 이해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며 정부안 발표 포기를 선언했다. 생보업계에 대한 설득작업이 무위에 그친 것이 상장안 유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얘기다.
금감위는 처음부터 상장문제를 '내부유보금 처리'사안으로 단순화해 해법을 모색해왔다. 1989년과 90년 교보와 삼성생명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뒤 자본계정에 남겨둔 계약자 몫의 내부유보금(삼성 878억원, 교보 662억원)을 적정 수준에서 계약자에게 나눠주기만 하면 상장 자체는 주식회사의 일반적 상장기준에 근거해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계약자들의 자본 기여도를 어느 정도 인정하되, 생보사의 주식회사로서의 법적 실체는 존중하겠다는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논의과정에서 생보업계는 "주식회사에 대해 계약자 지분을 인정하라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계약자의 자본 기여도를 단 몇 %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설득을 통해 '계약자 몫 배분'을 관철시키려던 정부의 방침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권고안 발표 자체를 단념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생보사 상장 유보, 후폭풍 불 듯
생보사 상장안이 무기한 유보되면서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우선 삼성자동차 부실과 관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채권단에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의 현금화를 둘러싸고 논란 재점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워크아웃기업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주식(24%)을 담보권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매각하는 작업도 원점에서 새로 접근해야 할 판이다. 뿐만 아니라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법인세 납부 문제도 초미의 현안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방침대로 조세특례 제한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두 회사가 내야 할 법인세 규모는 각각 3,000억여원(삼성), 2,000억여원(교보)에 달해 향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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