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0월18일 독일 전쟁범죄자 24명이 기소되면서 뉘른베르크 재판의 막이 올랐다. 정식 이름이 국제군사재판인 뉘른베르크 재판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네 나라 사이에 그 해 8월8일 체결된 국제군사재판에 관한 협정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을 주동한 독일 전범들을 소추해 처벌하기 위해 열렸다. 4대 전승국 출신의 판사 네 사람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그 해 11월20일부터 이듬해 8월31일까지 403회의 공판을 통해 심리를 마치고 9월30일과 10월 1일, 2일에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가운데 12명에게 교수형이 선고됐고, 세 명에게 종신형이, 네 명에게 유기 징역이 선고되었다. 교수형을 선고 받은 사람 가운데는 나치 정권의 2인자로 꼽히던 헤르만 괴링도 포함돼 있었으나, 그는 처형 직전에 음독 자살했다.뉘른베르크 재판의 검찰관들은 피고인들의 죄를 크게 넷으로 분류했다. 첫째가 침략 전쟁 모의, 둘째가 평화에 대한 죄, 셋째가 전쟁 법규 위반, 넷째가 인도(人道)에 대한 죄였다. 재판은 이 가운데 특히 전쟁 법규 위반과 인도에 대한 죄에 무게를 두고 진행되었다. 태평양 전쟁의 법적 처리를 위해 1946년부터 1948년까지 열린 극동군사재판(도쿄 재판)이 평화에 대한 죄나 침략 전쟁 모의에 무게들 둔 것과 비교된다. 이것은 뉘른베르크 재판부가 전시 유럽에서 저질러진 집단 학살에 특히 유의했다는 뜻이겠다.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의 큰 의의 가운데 하나는 침략 전쟁을 하나의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책임을 국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물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당사국과 제3국으로 이뤄져야 마땅할 국제재판소가 전승국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구성돼 그 곳에서 패전국 국적자들의 죄상을 논했다는 점에서, 이 재판의 공정성에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고종석/논설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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