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서초구민 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진 2년 여의 공방에서 법원이 일단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추모공원 설립문제가 급물살을 타게 됐으나 시와 서초구민간의 화장로 설치 규모 등에 대한 합의 여부와 묘지공원에서 의료시설로의 도시계획변경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승인 여부가 관건으로 남게 됐다.행정소송 서울시가 승소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유남석 부장판사)는 17일 '서초구청계산지킴이 시민운동본부' 소속 서초구민 김모씨 등 26명이 추모공원 설립과 관련,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계획시설 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서초구 주민 182명이 '지난해 4월 추모공원 예정지 일대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낸 그린벨트 해제 결정취소 청구소송에 대해서도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추모공원 부지선정을 위한 공청회가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서울시 인구수, 사망률, 장래 예상화장률 등을 고려할 때 추모공원 규모가 무모하게 크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린벨트 해제 결정에 대해서도 "추모공원 설립문제는 건교부 지침상 '시급한 지역현안'으로 인정되고 건교부의 해제결정이 서초구의 자치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운동본부 김덕배 사무총장은 "시와 협의할 시간을 벌기 위해 항소할 계획"이라며 "시와 정부가 주민들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고 말했다.
화장로 규모 등 논란 지속
시는 이미 서초구 및 청계산지키기운동본부 등 주민 대다수와 추모공원 부지에 국가중앙의료원 단지를 조성하고 단지내에 화장장을 짓기로 의견을 모아놓은 상태다. 납골당 5만위 건립계획도 백지화했다.
이는 원지동이 화장터로 인식되지 않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시는 당초 추모공원 건립에서 후퇴해 국가중앙의료원내 화장장 설치라는 절충안을 도출했다. 이와 관련, 시는 건교부에 추모공원 부지의 용도를 묘지공원에서 의료시설로 도시계획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와 서초구, 지역주민들간에 남은 가장 큰 논란은 설치 화장로의 적정 규모.
시는 최소한 화장로 11기는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가 운영하는 벽제 승화원의 화장로는 모두 23기로 1기당 하루 3.5회씩 처리를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설비의 안전을 위해 선진국 수준인 화장로 1기당 2회로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 20기의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며 "최소 1기당 3.5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화장비율 증가추세를 감안해볼 때 2010년까지 11기는 꼭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중앙의료원의 부속시설 개념으로 화장장이 들어설 경우 11기는 과다하다"며 3∼5기의 설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추모공원 부지 용도 변경도 해결해야 할 과제. 건교부는 시의 도시계획변경 요청에 대해 "그린벨트 해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혐오시설인 화장장 설치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서울시, 서초구, 지역 주민 등 이해 당사자가 '국가중앙의료원내 화장장 설치'안에 합의했고 '의료시설내 화장장 설치'가 새로운 화장문화의 모델로 검토해볼 만하다는 점에서 건교부가 마냥 시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18일 오전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계획에 대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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