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使성실교섭 요구 129일간 "고공 농성" 한진重 노조위원장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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使성실교섭 요구 129일간 "고공 농성" 한진重 노조위원장 자살

입력
2003.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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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129일째 대형 크레인에서 혼자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진중공업 김주익(40·사진) 노조위원장이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노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도 두산중공업 배달호씨 분신처럼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가압류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노동계의 투쟁강도가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사업장내 부두쪽에 설치된 35m높이의 크레인과 운전실 사이 철제계단 난간에서 빨래줄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위원장은 사측과의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자 6월11일부터 임금인상과 손배소송 및 가압류 철회,해고자 복직,노동운동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9월12일 태풍 매미강습 때는 크레인이 요동치는 초속 50m의 강풍 속에서도 목숨을 건 고공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숨진 김 위원장이 9월9일과 지난 4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4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김 위원장은 유서에서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와 정치가는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회사는 노조를 말살하고 조합을 파괴하려 한다. 내가 죽어서 많은 동지를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 놓겠다"며 절박한 심경을 적어 놓았다.

김 위원장은 장기 농성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교섭재개 요청 등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데다 지난 2일 경찰이 자신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자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측은 "이미 지난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회사측으로부터 7억4,000만원의 손배소송 및 가압류를 당한 상태에서 회사측이 최근 150억원을 추가하겠다고 한 것이 자살에 결정적인 동기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박모(36)씨는 "남편이 1년 넘게 집에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며 "아직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라며 오열했다.

김 위원장은 81년 태백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82년 8월 한진중공업 생산직에 입사, 94년 노조 사무국장을 맡아 오다 2000년 11월 노조위원장에 당선돼 사측의 구조조정 등에 맞서 왔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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