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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재신임 정국-민심 르포] <2> 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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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재신임 정국-민심 르포] <2> 영남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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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은 노무현 대통령의 취약 지역이다. 그러나 11일 한국일보의 재신임 여론조사에서는 부산·경남·울산에서 52.4% 대 39.0%,. 대구·경북에서 48.2% 대 33.6%로 모두 재신임 의견이 높게 나와 주목 받았다. 과연 현지의 '비노(非盧) 또는 반노(反盧)' 기류가 바뀐 것인지, 재신임 문제를 보는 영남 인의 시각은 무엇인지 긴급 현지르포를 통해 살펴봤다.부산·경남

"장사도 안돼 죽겠는데 재신임은 무신 재신임잉교. 집어치우라 카소."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한 켠에 좌판을 펴고 있는 박둘순(56·여)씨는 노 대통령 재신임 문제를 꺼내자 손사래를 치며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지역에선 이처럼 재신임 문제에 대해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엇 때문에 재신임을 해야 하고 재신임을 거치면 정국이 안정될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다.

회사원 하장부(45·부산 연제구 연산동)씨는 "솔직히 재신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재신임이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위험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음식점을 하는 권두수(51·부산 서구 대신동)씨는 "처음에는 재신임이 상당히 참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그냥 지켜볼 심산"이라고 말했다.

이들과 달리 재신임에 대해 이미 뚜렷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은행원 안종철(43·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씨는 "갑자기 이야기가 나와 혼란스럽지만 재신임이 정국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론조사에서도 재신임 찬성 쪽이 높게 나오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고향인 경남에선 '재신임'과 '불신임' 여론이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이렇게 줏대가 없어가 되겠능교. 이참에 물러나야 합니더", "나라꼴이 말이 아닌기라예. 살림을 맡겼으면 밀어줘야제"라는 상반된 얘기가 뒤섞여 나온다.

산청군 신안면 소이리 문명환(53)씨는 "정치를 잘 해야 안심하고 농사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소리가 많아서야 누구를 믿겠느냐"며 "정치혼란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노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 책임론을 주장했다. 반면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 김석원(66)씨는 "국민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여·야가 모두 자신들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번에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아 정치권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정치권을 탓했다. 학원 강사 송덕용(39·창원시 팔용동)씨도 "재신임을 묻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정치권 책임"이라며 "대통령의 중도하차는 국익은 물론 정치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무능과 실정은 반성하지 않고 무슨 낯짝으로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난린지 모르겠소. 재신임 투표할 돈 있으면 경제 살리는데 쓰지. 그렇다고 끝까지 국민투표를 한다면 안 찍어 줄 수도 없고. 밉지만 불신임을 받아 하야라도 하면 혼란이 생겨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니…."

대구 서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옷가게를 해 온 김모(65·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현재의 재신임 정국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에게 전국에서 가장 낮은 18.7%의 지지를 보냈던 대구는 재신임 투표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안정을 희구하는 지역특성 탓인지 투표를 한다면 신임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고 코미디나 마찬가지로 이를 위한 국가적 손실은 누가 책임지느냐. 멋대로 국민투표를 강행한다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말조차 잘 꺼내지 않는다"는 벤처기업가 권은태(37·대구 북구 산격동)씨의 말에서 이런 밑바닥 기류를 잘 읽을 수 있다.

아예 재신임 정국 자체를 외면하는 이들도 많다. 택시운전기사 박모(50·대구 서구 비산동)씨는 "모두 자기들 밥그릇 싸움 아니오. 뭘 잘했다고 투표를 하느니 마느니 싸우는지 한심합니다. 투표를 한다 해도 투표장에 안가고 내년 총선때 여당도 야당도 아닌 참신한 무소속이나 찍어줄 생각"이라며 현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일부에선 재신임 정국의 '구정권 원죄론'도 나온다. 자동차정비업자 한창희(41·대구 수성구)씨는 "현재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은 따지고 보면 전 정권의 인기영합정책과 밀실정치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전 정권의 허물을 다 뒤집어 쓴 꼴이니 동기나 방법에 대해 논란이 있을지 몰라도 국민투표를 한다면 재신임에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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