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Billy Goat Curse)'를 날려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마지막 1경기를 살리지 못하고 월드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반면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2위로 와일드 카드를 받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플로리다 말린스는 NL챔피언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시카고에 9―6 역전승을 따내,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1997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6년 만에 정상 재도전에 나서게 됐다.
16일(한국시각)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 구장. 1승3패의 벼랑 끝에서 3승3패로 기사회생한 플로리다의 방망이는 1회초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후안 피에르의 3루타와 이반 로드리게스의 볼넷으로 맞이한 1사 1,3루 찬스에서 미구엘 카브레라의 좌월 스리런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것.
그러나 '저주'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시카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시카고는 2회말 1사 2,3루에서 데미언 밀러의 땅볼로 1점을 만회하고 2사 3루에서 선발투수 케리 우드의 좌월 투런홈런으로 간단히 3―3 동점을 만든 데 이어 3회말 모이세스 알루의 투런 홈런으로 5―3 역전에 성공,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끝내 시카고를 외면했다. 플로리다는 5회초 볼넷 2개로 만든 1사 1,2루에서 로드리게스의 2루타와 카브레라의 내야 땅볼로 동점을 이룬 뒤 2사 3루에서 데릭 리의 안타로 6―5 재역전에 성공했다.
상승세를 탄 플로리다는 6회 2사 1,3루에서 루이스 카스티요의 강습 타구로 추가점을 뽑은 데 이어 7회 2사 1,2루에서 알렉스 곤살레스의 2타점 2루타로 승리에 쇄기를 박았다.
이날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린 로드리게스는 챔피언십시리즈 4경기동안 17타수 6안타(타율 0.353)의 불방망이로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어 NL챔피언십시리즈 MVP에 올랐다.
시카고는 7회말 트로이 오리어리의 솔로 홈런을 앞세워 추격전에 나섰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플로리다는 보스턴―뉴욕 양키스의 승자와 19일 월드시리즈 1차전을 갖는다.
한편 보스턴 레드삭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공방 속에 장단 16안타를 몰아쳐 '앙숙' 뉴욕 양키스를 9―6으로 따돌리고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 갔다.
양팀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와 로저 클레멘스(뉴욕)를 각각 선발로 내세워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 염소의 저주란
1945년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때 빌리 시아니스란 팬이 애완용 염소를 데리고 야구장을 찾은 데서 비롯됐다.
당시 시아니스는 염소 때문에 야구장 입장을 거부 당하자 "리글리 필드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는 저주를 퍼부었다.
이 '저주' 이후 시카고는 내리 3연패, 3승 4패로 디트로이트에 우승을 내주고 말았고 아직까지 월드시리즈 무대를 한번도 밟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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