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16일 정치권의 부정축재 관행을 정면으로 질타해 발언의 배경과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의 발언은 비록 정치권의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론'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나왔지만 그가 현대비자금, SK비자금 등 정치권 사정을 주도하고 있는 수사 책임자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안 부장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측근비리를 밝히지 않으면 특검을 하겠다'는 야 3당의 주장을 소재로 말을 꺼냈다. 그는 "중수부장이 아닌 시민의 입장으로 얘기한다"며 "(불법) 정치자금을 선거에 썼다면 그나마 좋으나,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정치자금을 빙자해 축재하고, 외국에 집 사고 하는 것인데 가만히 놔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때 한 몫 챙겨서 외국에 빌딩도 사고,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고 그러는데 이건 축재가 아니냐"며 "정밀 조사를 해보면 수사팀도 분개할 때가 많다"고도 했다.
안 부장은 파문이 일자 "비보도를 전제로 한 사견을 공개해버리면 냉정해야 할 수사 책임자가 정치권에 감정이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상식 차원의 이야기였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축재로 해외에 빌딩을 샀다'는 발언도 "외국에 가면 그 같은 소문이 있다는 것이지, 수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 부장의 발언은 일단 정치권에서 제기된 특검론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자기들은 얼마나 깨끗해서 특검 가자고 하느냐"거나 "처음에는 제대로 한다고 하더니 정치판이 (비자금 수사에) 휘말리니까 우리 고생하는 것은 알아주지 않고 뭐라 한다"는 말도 같은 취지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장이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정치인 비리에 관한 첩보가 상당히 축적돼 있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 진행될 정치인 사정 수사의 방향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높다.
이미 검찰 주변에선 '평생 정치인'들 가운데 서울 강남 지역에 빌딩을 소유한 인사들이 거론되고, 전 정권 실세들을 위주로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안 부장의 발언은 소문에 불과하다는 해명과 달리 곧 수사를 통해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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