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나 남미 등 축구 선진국 보다는 못하지만 국내에서도 요즘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한 축구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저변이 튼튼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볼 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내가 가르치는 용인축구센터도 입학희망자가 늘 정원을 초과한다. 용인축구센터의 한 가지 장점이 학부모들에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용인센터는 대회 때를 제외하곤 철저히 축구와 학업을 병행한다. 인근 중·고수업을 마치고 저녁시간에 따로 회화나 인성교육을 받기도 한다. 학교시험에서 낙제하면 자동적으로 용인센터도 떠나야 한다. 그러니 학생들은 죽을 맛일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학업과 축구를 병행하는 것은 반쪽 선수는 대성하기 어렵다는 간단한 사실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성숙했다 해도 지적능력이 따르지 못하면 성인이 아니듯이 공만 잘 찬다고 곧바로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운동이고 따라서 전술, 전략이 복잡하기 그지 없다. 그것을 이해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 변화를 줄줄 알아야 하며 실패할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필수적이다.
프로무대에서 뛰는 선수라고 다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공만 차는 훈련만 받아왔기 때문이다.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선수들은 질문이 없다"고 의아해 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당연히 축구교실에서는 축구가 주가 되기는 해도 지덕체를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최근 고종수 선수의 잇따른 언행을 떠올리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한때 일본의 우상 나카타에 비견되는 천재로 일컬어지다 이제는 K리그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는 일본 J리그에서도 퇴출당하는 신세가 됐다. 플레이메이커형 선수를 포워드로 갖다 맞춘 감독의 문제가 크다고 보지만 고종수도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훌륭한 자질의 선수가 발전이 없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정 단계를 뛰어넘을 때 필수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를 빨리 깨닫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선수만이 세계무대에 나설 수 있다. 축구천재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 국가대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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