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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사회]<2> 방방곡곡 성매매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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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사회]<2> 방방곡곡 성매매 유혹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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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방학동 모 아파트단지에 사는 회사원 K(35)씨는 출근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빠 폰팅 할래'라는 글과 전화번호가 담긴 메모지가 자신의 차량에 꽂혀 있었던 것. 그는 평소 강남 유흥가에서 야한 차림의 여성 사진과 전화번호가 인쇄된 기업형 출장안마 광고지는 봤지만 이젠 주택가에서, 그것도 개인 차원으로 성매매를 제의해 온 데 대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성을 사고 파는 것은 이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도처에 성매매의 지뢰밭이 널려 있는 것이다. 집과 사무실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해방구 천지다. 24시간 내내 전국 곳곳의 유흥주점, 퇴폐이발소, 안마시술소에서 노래방과 일반주택의 안방까지 이제 성매매의 금단구역은 없다. '대한민국은 남성들의 성(性)천국'이란 말이 농담이 아닌 지경인 것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와 중구 북창동 등 전통적인 유흥가는 불이 꺼질 줄 모른다. 북창동에는 아직도 100여개의 유흥주점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 곳의 특징은 따로 장소를 바꿀 필요 없이 한 자리에서 음주와 성매매가 '일괄공정'으로 이뤄진다는 점. 최근 강남에는 '룸살롱 타워'도 등장했다. 10층 빌딩 전체를 룸살롱으로 개조한 이 건물에는 60여개의 룸이 있으며 종업원은 500여명에 이른다. 회사원 O(31)씨는 "겉보기에는 보잘 것 없지만 내부는 고급 호텔 정도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며 "인근 술집에 비해 술값도 저렴한데다 북창동식 서비스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부천 광명시 등 수도권 아파트단지 인근과 서울 불광동 수유동 장안동 등 외곽지역에는 대형 나이트클럽이 등장, 30∼40대 중년의 하룻밤 사랑을 불태우는 장소로 변질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조성된 유흥가는 밤새도록 소음과 조명으로 주민들을 괴롭힌다. 고양시 화정역 인근 주민 C(28·여)씨는 "주민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업소들에 대해 당국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륜 천국이라 할 러브호텔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1개월 전 개업한 무인 러브호텔 두 곳 주차장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고급 승용차들이 가득하다. '최신 DVD와 인터넷, 월풀 욕실 완비'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이곳 이용료는 기본 3만원에 숙박료는 7만원 정도. 종업원과 마주칠 필요 없이 주차장 입구에서 방을 선택하고, 엘리베이터로 직행하면 되는 '익명성 보장 시스템' 때문에 3년 전부터 수도권 위성도시에 처음 등장한 무인호텔은 이제 러브호텔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일부 노래방과 이발소, 안마시술소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지기는 마찬가지. 서울 장안동 장한평역 일대는 반경 500m 내에 촘촘하게 이발소들이 위치한 최대의 '퇴폐이발타운'이다. "현금 6만원, 카드 7만원"이라고 손님을 호객하는 삐끼들이 끊임없이 남성들을 따라붙는 이곳 이발소에는 밤이 되면 아예 이발사가 없다. 압구정동과 역삼동 일대에 위치한 대부분의 안마시술소는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대형 목욕탕을 따로 만들고 번호표를 나눠줘 2∼3시간씩 대기하게 할 정도다. 서울 부심의 노래방 역시 주부, 여고생 등을 도우미로 고용해 술과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허가된 목적과 달리 영업 중인 각종 퇴폐유흥업소를 단속해야 하지만 실제 윤락행위 등을 현장에서 적발, 처벌하기가 어렵다"며 "단속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불법 음란행위가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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