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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중국으로 새는 일자리

입력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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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중국에 직원 1,000명 규모의 콜 센터를 세울 것이라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금융기관마다 전화를 이용하여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콜 센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발달된 통신수단의 덕택으로 콜 센터가 대도시에 있을 필요는 없다. 이 제도가 먼저 도입된 미국에서도 콜 센터의 대부분이 도심이 아니라 인건비가 헐한 교외나 한적한 내륙 도시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최근 미국의 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로 콜 센터를 옮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전화의 비용이 시내전화와 비슷해서 인건비의 차이만큼 경비절감효과가 생긴다. 국민은행이 중국으로 콜 센터를 옮기기로 한 이유도 한국어를 쓰는 조선족을 고용하면 인건비를 국내의 10분의1 정도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비절감을 향한 기업활동의 흐름이 참으로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은 인건비를 줄이겠지만 1,000명의 일자리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어렵다지만 중국은 올해도 10%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중국으로 흘러 드는 외국인 투자의 물살은 갈수록 거세다. 물론 이런 투자를 따라 일자리도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일은 한국 기업세계서도 일상사가 된 느낌이다. 한국무역협회가 계산한 것을 보면 놀랍다.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의 현지법인 수가 2만2,000개이고, 이들 기업이 중국에서 창출한 일자리가 100만개라고 추산한다. 국내의 임금체계를 기준으로 할 때 10만 개의 일자리가 중국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한다. 중국투자에는 물론 숫자로 말할 수 없는 맥락이 있다. 중국과의 경제거래 확대로 수많은 일자리가 국내에 새로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계상황에 있는 중소기업만 중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전자 또는 자동차 같은 조립공장이 미래에 대비하여 중국으로 생산설비나 연구개발(R& D)시설을 서서히 옮기고 있다. 이제 중국은 인건비가 헐할 뿐 아니라 사회간접자본과 기술인력이 풍부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대기업으로 하여금 중국으로 자꾸 눈을 돌리게 한다. 정치의 불확실성은 극에 달하고 전투적인 노동운동 앞에 대기업은 피난처를 찾고 있다.

지난 여름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가 던진 충격을 일자리와 관련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다행인 것이 현대자동차가 경쟁력을 갖고 해외수출이 호조를 이루며 올해 무역흑자의 기반이 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단기적으로 중국을 좋은 시장으로 본다. 그러나 7∼8년 후 한국자동차의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분야보다 고용효과가 높다. 그 노동자는 생산라인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과 고용보장을 누리고 있다. 좋은 일자리 때문에 미국도 온갖 수단을 써가며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 자동차메이커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그런데 우리 자동차 부품산업이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지경에 이른 것은 일자리 유출의 적신호가 아닐까.

서양 학자들은 10년 전부터 중국의 정치체제를 들어 그 경제발전의 한계를 예언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예언은 틀렸다. 중국경제의 양적 질적 성장 앞에 세계가 당황하고 있다. 유인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킨 중국을 보면서 문명의 거대한 구비를 보는 것 같다. 중국의 팽창으로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도 있지만, 좋은 일자리가 중국으로 달아날 수도 있다.

우리는 심각한 청년실업문제를 안고 있다. 대학생들이 취직처가 없어 졸업을 꺼리고, 직장인들은 40대 퇴출에 떨고 있다. 건전하고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면 사회는 병들게 된다. 실업은 사회를 붕괴시킨다.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늘을 가르는 중국 우주선을 보며 정치권과 기업계와 노동계가 심각하게 고뇌해야 할 때이다.

김 수 종 수석논설위원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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