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세월의 더께는 1㎝였다.MBC가 1994년 2월 방송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갯벌은 살아있다'의 무대인 새만금 갯벌.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다시 찾은 새만금 갯벌은 그동안 1㎝의 진흙이 더 쌓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갯벌에는 1㎝에 불과했다.
'갯벌은 살아 있다' 이후 10년 동안 달라진 갯벌의 모습을 MBC가 19일 밤 10시35분 '갯벌 그 후 10년'으로 방영한다. 2회 분 두 시간짜리 HD방송으로 화질이 뛰어나며 애니메이션과 아카펠라곡 'Big Bad World'를 삽입, 단조로운 영상에서 벗어났다.
제작팀은 1∼9월 임진강 안면도 강화도 새만금 부안 순천 등 전국 갯벌을 훑었다. 김현철 PD는 "간척 공사로 사라져가는 갯벌의 모습을 기록하고 10년 전 방영한 갯벌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도"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의 1부 '10년의 깊이, 1㎝'(사진)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갯벌의 역사를 추적해보고 갯벌 생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퇴적학 전공인 전승수 전남대 교수에 따르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하구 갯벌인 우리나라 갯벌은 연 평균 1㎜씩 진흙이 쌓인다. 서해안 갯벌의 두께는 5m. 평균 퇴적 두께로 미뤄볼 때 무려 5,0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 오랜 세월을 함께 한 갯벌 생물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국내 최초로 촬영한 도둑게의 산란과 단단한 조개껍질에 구멍을 뚫어 속살을 파먹는 우렁이의 치설(동물의 이빨에 해당) 등을 생생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지락 한 마리가 두 시간 만에 해수 1,000쭬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갯지렁이가 귀중한 혈전치료제를 제공한다는 사실 등을 확인하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게 된다.
2부 '붓뚜껑말의 경고'는 4공구 물막이 공사가 끝난 새만금 갯벌을 뒤덮은 녹색의 붓뚜껑말이 실제로는 갯벌을 썩게 만드는 주범임을 고발하고 환경 재앙을 경고한다. 이와 함께 갯벌이 사라지면서 어업으로 생계를 잇던 주민들이 고물상이나 막노동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김PD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가 최고의 가치를 지닌 자연환경으로 꼽은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다"며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갯벌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네덜란드 사례를 소개해 경종을 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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