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야당이 반대하면 국민투표를 강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한 것은 그만큼 국민투표 관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치권의 합의를 희망했지만 그렇다고 정치권에 마냥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강공은 재신임 국민투표 자체가 야권과의 첨예한 대결구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재신임 제안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다시 칼집에 넣을 칼이라면 빼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와 관련된 헌법의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사안'규정을 폭 넓게 해석, 실제 국민투표 발의 절차에 들어가면 야당도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소원 제기 등 위헌론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사실상의 통치행위로 발의하는 국민투표는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의도대로라면 국민의 심판 대상이 될 국민투표 발의안 내용에 대해서도 정치권과의 협의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이 발의안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경우, 야당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겠지만 정치권과의 대화 통로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인 듯하다.
청와대측은 다만 국민투표 강행 시도가 여론의 향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다. 노 대통령이 야당과의 극한 대립을 감수하면서 국민투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국민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특유의 '현장 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정치권 합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겠지만 한걸음 한걸음 국민투표 강행을 위한 명분을 쌓아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선 야3당의 공조 수위도 노 대통령의 행보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야3당이 공조를 강화할수록 노 대통령의 정국 주도력은 살아나고 국민투표 강행을 위한 대결구도가 명료해 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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