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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MBC 주말극 "회전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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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MBC 주말극 "회전목마"

입력
200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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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TV 드라마를 즐겨본 분들은 MBC 주말연속극 '회전목마'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한때 최고 스타였던 유지인이 신세대 스타 김남진의 어머니로 나오고, 그녀의 라이벌이었던 정윤희를 닮은, 그러나 정작 본인은 TV에서 정윤희를 보지도 못했다는 신인 탤런트 수애가 함께 출연하니 말이다. 또 '인어아가씨'로 '늦깎이 스타'가 된 장서희와 역시 미녀 스타로 유명했던 이응경까지 출연하니, 1980년대부터 시대별 미녀 연기자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셈이다.그런데 '무서운' 사실 하나. 유지인이 어머니로 나오지만 '회전목마'는 그의 전성기 때 드라마들과 별 차이 없다. 새엄마, 교통사고, 삼각관계, 돈 많은 남자와 그렇지 못한 남자. 몇 가지 소재만 들어도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는가. 은교(장서희)와 진교(수애)는 부모를 잃고, 도망 간 새 엄마(이응경)때문에 고생한다. 게다가 은교 옆에는 동생까지 돌봐주는 지극정성의 남자 성표(이동욱)와 부자에 성격 좋고 잘 생긴 우섭(김남진)이 있다. 정말 오래된 스토리라인 아닌가. 요즘 주말 드라마는 젊은층보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으니 내용이 좀 예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회전목마'는 '고전적'이라기보다는 '구닥다리'에 가깝다.

이 작품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법은 단 한가지, 두 여주인공에게 가학적이라고 할 만큼 쉴 새 없이 고난을 안겨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가 죽고, 그 다음에는 돈을 뺏기며, 은교가 우섭과 결혼하려 하니 우연히(!) 우섭의 집에 파출부로 들어온 새엄마가 일을 틀어놓을 조짐을 보인다. 진교는 더하다. 성표의 누나 집에 얹혀살다가 누나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 당할 뻔하고, 도망쳐서 새엄마에게 갔더니 돈 많은 중년 남성과 결혼할 처지가 된다. 우연은 수 차례 반복되고, '새엄마'는 '나쁜 여자'가 되며, 주인공이 조금 행복해질 만하면 자꾸 괴롭혀서 다음 스토리를 쥐어짠다. 시쳇말로 정말 신파가 따로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이런 여주인공들을 남자들은 힘이나 돈을 무기로 괴롭히거나, 우섭과 성표처럼 그들의 미래를 책임지려 한다. 성격은 정반대지만, 자기 삶조차 자신이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은 은교나 진교나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주말 드라마의 주연은 여성이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 역시 똑같다. 주연을 장서희에서 유지인으로 바꾸고, 휴대폰 대신 공중전화를 사용한다면 이 드라마의 시대 배경은 그대로 1980년대가 된다.

TV는 모든 세대를 위한 것이고, 주말에 나가 노는 젊은이들보다는 그 윗세대들이 즐겁게 볼만한 드라마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분들의 입맛에 맞춘다는 것이 아무렇게나 '던져주듯' 만들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음식이 그렇듯이 익숙한 것일수록 만드는 사람의 솜씨와 정성에서 맛의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어느 TV CF에서 그랬던가. 또 백마 탄 왕자에 불치병이냐고. '회전목마'를 보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거기다가 20년째 발전도 없다고.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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