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멤버를 바꾸지 않고 수십 년을 활동하는 그룹은 극히 드물다. 잦은 멤버 교체는 보다 완벽한 팀을 구성하고 음악적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신인 그룹을 선보이는 것처럼 부담이 클 수도 있다.최근 멤버를 바꿔 새로운 음악을 내 놓은 그룹이 여럿 있다. 우선 브라운아이드소울. 나얼을 중심으로 4명의 남성중창단 느낌의 팀으로 새로 짰다. 멤버가 바뀌고 음색도 다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노래 '정말 사랑했을까'를 들으며 브라운아이즈의 흔적만을 찾고 있다. 그래서 팝발라드 풍으로 변한 이들의 노래를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멤버 교체의 위험부담을 최대한 막기 위해 이전 멤버와 비슷한 멤버를 영입하기도 한다. 최근 5집을 발표한 혼성 듀오 비쥬는 얼핏 들어서는 멤버가 바뀌었음을 알 수 없을 정도다. '누구보다 널 사랑해' '러브러브' 등 예쁘고 아기자기한 노래를 불러왔던 다비 대신 합류한 새 보컬 예림은 다비와 놀랄 만큼 비슷한 음색을 지녔다. 타이틀곡 '용서할게' 역시 이전 히트곡과 비슷한 귀여운 사랑노래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더더는 이전의 박혜경이 그랬듯 상큼하고 신비한 느낌의 여성보컬을 영입해 더더밴드(사진)라는 4인조로 다시 짰다. 하지만 '박혜경의 더더'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하지 못했다. 완전히 새로운 밴드인데도, 사람들을 '더더'라는 이름에서 여전히 박혜경의 가늘고 맑은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과거를 잊으려 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를 기억한다는 게 공통적인 어려움이다. 그래서 아예 새 이름으로 시작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력만 탓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더 좋고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에는 금세 익숙해진다. 그러니 더 꿋꿋하게, 더 열심히 노래할 수밖에.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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