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칼라일그룹은 하나로통신에 13억4,000만달러(1조5,4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LG는 또 통신자회사들을 하나로통신-데이콤-파워콤으로 수직계열화하고, 중장기적으로 LG텔레콤까지 포함하는 별도의 통신지주회사 설립도 추진키로 했다.정홍식 LG 통신총괄사장과 김병주 칼라일아시아 회장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공통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투자액 중 증자규모는 6억4,000만달러(7,360억원)로 LG가 3,060억원, 칼라일이 4,300억씩 부담하게 된다. 이들이 인수할 신주발행가격은 주당 3,400원으로 결정됐으며 양사는 증자 후 25.5%씩 지분을 확보, 총 51%의 지분으로 하나로통신을 공동경영키로 했다. 또 증자와는 별도로 씨티그룹 등을 통해 7억달러를 차입키로 했다.
LG 정 사장은 "이번 안은 뉴브리지측이 제시한 투자안(총규모 11억달러, 주당발행가격 3,200원)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이라며 "실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 연말까지 주식대금이 납입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11월까지 하나로통신이 막아야 할 3,800억원의 단기유동성을 책임지고 인위적 감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아울러 통신업을 그룹 주력업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LG가 갖고 있던 데이콤 지분(30.1%)를 하나로 통신에 넘기고 데이콤의 하나로통신 지분(7%)은 인수하는 방식으로 통신 계열사들을 자회사 관계로 계열화하기로 했다. LG는 이를 통해 서비스와 장비, 유·무선을 망라하는 일관 통신체제를 구축, 2008년까지 국내 3강은 물론 글로벌 종합 정보통신회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하나로 뉴브리지 SK 일제 반발
하나로통신 이종명 부사장과 뉴브리지캐피탈 코리아의 박병무 사장은 이날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뉴브리지측이 배타적 협상권을 갖는 연말까지는 원칙적으로 칼라일이 실사도 계약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LG-칼라일의 안은 문자 그대로 MOU에 불과해 구속력도 현실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특히 "LG가 주식 교환을 통해 데이콤을 하나로통신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는 것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데이콤 부실을 하나로통신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LG와 대립관계인 SK도 거부입장을 분명히했다.
싸움은 이제부터
서로 카드를 내놓은 양측이 우선 넘어야 할 1차 관문은 21일 임시 주총.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쥔 소액주주의 '표심'이 불투명해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LG는 주총에서 뉴브리지 외자유치안을 부결시킨 뒤 이날 발표한 MOU를 토대로 금년 말까지 하나로통신에 대한 자금지원과 경영권 확보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사회결의와 주총통과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SK와 삼성전자, 하나로통신 경영진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또 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남을 방해할 수는 있어도 자기 뜻은 관철키 어려운' 하나로통신의 독특한 대주주 지분구조로 인해 하나로통신의 정상화 길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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