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터넷 화상채팅 해커인 이모(34)씨를 수사하던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1월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이뤄진 20, 30대 주부 등 여성 50여명의 음란 화상채팅 동영상을 녹화해 온 이씨는 이 중 7명에게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며 협박, 금품과 성관계를 요구한 혐의로 구속됐다.이씨는 경찰에서 "처음엔 문제 있는 주부만 음란 화상채팅을 하는 줄 알고 이들을 혼내주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아주 평범한 주부도 남편이 출근한 후 음란채팅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압수한 화면에는 속옷을 벗고 상대 남성에게 알몸을 보여주거나 도구를 이용, 변태 성행위를 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한 주부는 '인터넷 상에서 몸을 보여주며 서로 즐기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따지더라"고 전했다.
'바람난 한국 사회'를 부추기는 주범은 인터넷.
현대 기술의 총아로 각광 받는 인터넷이 각종 음란물 유통과 잘못된 만남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10대 여성 성매매도 주로 사이버상에서 이뤄진다. 이날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조사받은 권모(16)양은 "43세 된 아저씨가 인터넷에서 '조건만남'이라는 쪽지를 보내 20만원을 받고 성관계를 가졌다"며 "학교를 중퇴한 뒤 돈이 필요하면 나를 원하는 아저씨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적발된 원조교제 건수는 1,089건이었고 이 중 인터넷을 통한 것이 84.7%에 달했다. 주로 인터넷 B, S사이트 등을 이용해 상대 남성과 채팅을 하다 쪽지로 성매매 의사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14일 경찰에 적발된 스와핑 행각도 인터넷을 매개로 이뤄졌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도모(36)씨는 지난해 인터넷 A사이트에 가입, 스와핑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인터넷에서 커플, 부부모임 등에 관심을 기울이던 도씨는 급기야 지난 1월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스와핑 회원들을 초청, 여성 1명과 남성 5명의 집단 성관계를 갖도록했다.
서울 강남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32)씨는 인터넷에서 누드 환락파티 참여 희망 남성을 모집, 주부·여대생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구속되기도 했다.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 은행지점장 커플, 기업체 사장 등 3명이 함께 하는 3중섹스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엑스터시 등을 복용한 환각 상태에서 변태행위를 연출하는 기업형 해외 포르노 사이트가 난무하고 부부간 성관계를 실제로 보여주는 인터넷 부부 화상채팅 모임도 성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이 주부를 집 밖으로 끌어낸 지는 이미 오래됐다"며 "인터넷 기술 발전이 오히려 음란한 사회와 가정파탄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 스와핑 어떻게 잡았나
15일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스와핑(배우자 교환섹스)은 한 경찰관의 치밀한 잠입수사의 결과였다.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계 A경장이 스와핑이 일부 상류층을 중심으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7월. 즉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와핑 모임이 활발한 2개의 사이트를 찾아내고 회원으로 위장 가입했다. A경장은 "채팅에 자주 참여했더니 회원 등급이 올라갔다"며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스와핑을 위한 연락도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와핑 회원과의 접촉을 통해 정회원 자격을 받은 A경장은 3∼4개의 스와핑 모임으로부터 스와핑 과정을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받기도 했다. 집단 성교 장면이 촬영된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회원들과 안면을 튼 A경장은 마침내 이 달 초 서울 서초동 J노래방에서 열린 스와핑 모임에 부인으로 가장한 여경과 함께 잠입했다. 그는 다른 회원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친밀도를 높인 뒤 스와핑 현장을 확인하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는 스와핑을 권유 받자 "처음이라 참여하기가 뭐하다"며 거절했다. 경찰은 또 경기 여주군의 한 펜션에서 스와핑 모임이 진행된다는 첩보를 입수, MBC의 '아주 특별한 아침'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외주 제작업체와 함께 출동, 최초로 스와핑 모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어 이들을 덮치지는 못했고, 제작진만 인터뷰를 시도했다 회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16일 오전 8시에 방영될 예정이지만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촬영된 것이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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