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측으로부터 받은 11억원의 성격에 대해 '순수 정치자금'이라고 항변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검찰은 15일 최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동시에 적용했다. 기소단계에서 주된 혐의에 대한 입증이 어려울 경우, 부가적 혐의에 대해 '예비적 청구'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영장청구 단계에서 하나의 범죄행위에 대해 두 가지 혐의를 적용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청탁의 명목과 대상이 특정되지 않는 '포괄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구속요건을 적용하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밝혔듯이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11억원을 건네는 대가로 기업활동 관련 지원을 요청하는 등 알선수재의 대가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때문에 알선수재 혐의만 적용해 최씨 개인 비리로 몰고 갈 경우, 노 대통령에 대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될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은 이영로씨의 부탁을 받고 돈을 받아오는 심부름을 했을 뿐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잘못은 이씨에게서 받은 정치자금 3억9,000만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이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주장으로 볼 수 있지만 노 대통령을 이 사건과 연관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최씨가 대가성을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정치자금법 적용이라는 카드를 택했고 SK측이 최씨 개인을 보고 돈을 줬을 리 없다는 점에서 결국 노 대통령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결과가 된 것이다. 비록 노 대통령이 최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측근이 정치자금을 받아 대선 채무 변제 등 자신의 정치활동과 관련한 용도에 썼다면 도의적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최씨의 자기방어적 태도는 다소 의외다. 통상 '집사'들의 경우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화가 '주군'에 미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최씨간 갈등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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