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를 4,500만원에 사들여 9억원에 팔겠다는 것은 문제다." "합법적 경매절차를 통해 가족이 살기 위해 구입한 집이다."중요민속자료 제207호인 경남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 '허삼둘 가옥'이 지난해 경매로 넘어간 후 함양군과 집 주인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918년에 지어진 이 집은 5개 동의 안채를 여성 중심적 구조로 배치한 특이한 형태로 84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다.
지금까지는 문화재나 사적으로 지정된 부동산은 증·개축 제한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 경우는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한 개인이 결과적으로 차익을 누릴 것인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옥은 원래의 주인 윤 모씨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법원 감정가 6,500만원에 강제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에 열린 1차 경매는 유찰됐고 한 달 뒤인 10월의 2차 경매에서는 낙찰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함양군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박 모씨가 4,500만원에 낙찰 받았다. 구입자금 5,000만원을 확보해 놓고도 안이하게 대처한 함양군의 실수였다. 뒤늦게 함양군이 가옥 회수에 나섰지만 박씨는 "꼭 사겠다면 낙찰가의 20배인 9억원을 내라"고 버텼다.
이를 두고 박씨가 처음부터 지정문화재를 볼모로 전매 차익을 노려 의도적으로 가옥 구입에 나섰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정문화재의 관리소홀이나 훼손될 우려가 있을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할 수밖에 없으리란 계산을 했으리란 추측이다.
그러나 낙찰자의 남편인 권 모씨(함양군청 직원)는 "평소 한옥을 좋아해서 법적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구입했는데 투기꾼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권씨는 이 가옥의 전통 아궁이 대신 기름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해 최근 문화재청에 현상 변경을 신청했다.
국가지정문화재를 매매할 경우 국가, 지자체, 박물관이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다는 규정이 1999년 삭제됨에 따라 빚어진 이번 신경전은 앞으로 문화재 관리와 개인 재산권의 갈등 및 해결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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