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기업임원, 공무원 등 상류층 인사들이 배우자를 맞바꿔 성관계를 맺는 '스와핑'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수십 쌍의 부부들은 노래방, 펜션 등지에서 4∼10쌍의 부부씩 스와핑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개인적인 취향일 뿐인데 무슨 문제냐"며 항변했고 실제로 경찰은 처벌 법규가 없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스와핑 실태
5일 오후 7시 경기 이천시의 G펜션. 서울, 경기지역에서 자가용 편으로 모여든 30∼40대 부부 10쌍은 바베큐 파티를 벌인 뒤 분위기가 무르익자 속옷만 남기고 겉옷을 벗어버렸다. 서로를 희롱하며 노래방 반주에 맞춰 음주가무를 벌이던 부부들은 새벽 1시가 되자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모여들었다. '남의 남편·부인'과 대화를 나누며 은근한 눈빛을 교환하던 이들은 속속 짝을 이뤄 빈 방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의 J노래방에서도 비슷한 모임이 이뤄졌다. 스와핑 알선 전문 S사이트에서 '짜경모(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임) 다이어리' 게시판을 운영하는 이모(38)씨의 소개로 만난 4쌍의 부부는 구석에 있는 빈 방에서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들은 각각 배우자를 교환해 집단 성관계를 맺었다. 이씨는 "대부분 호기심과 권태 때문에 스와핑을 시작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나누지 않지만 여성들이 주로 선택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6,000쌍 정도의 부부가 스와핑을 하고 있고 특히 부산 대구지역이 '스와핑 천국'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여개의 스와핑 관련 인터넷사이트에 가명으로 가입한 스와핑 희망자들은 자신의 거주지역, 나이, 키, 몸무게 등을 남겨 연락하는 방식으로 만났다. 그러나 부부로 위장해 스와핑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호적등본이나 결혼식 사진을 지참해야 하는 규정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주로 30∼50대의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로 교수, 공무원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인터넷에서 부부, 커플, 솔로 등을 상대로 게시판을 운영하며 스와핑 등을 알선한 이모(38)씨를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실제로 스와핑에 참가한 사람들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지만 법적 조치를 취하지는 못했다. 마땅한 처벌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사이트 운영자도 서버를 해외에서 운영하는 바람에 찾지 못하고 있다. 대신 경찰은 스와핑을 하는 부부에게 노래방 레스토랑 등의 장소를 제공한 이모(35)씨 등 2명을 붙잡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이 합의 하에 대가 없이 성관계를 맺은 것은 윤락행위 방지법도 적용할 수 없다"며 "조사 과정에서 '우리가 조금 더 성의식이 개방돼 있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것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