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해외계좌를 통한 현대 3,000만 달러 추가 수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혀 현대 비자금 사건의 실체에 의혹이 더하고 있다.현대 비자금 규모는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받은 150억원을 포함 최소 350억원에서 750억원대로 늘어났다. 현대가 대북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현대건설 등 계열사를 통해 800억원에서 1,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4·13 총선 전후로 정치권에 뿌렸다는 의혹은 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현대가 정치권을 상대로 천문학적 액수의 베팅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현재 검찰이 밝혀낸 명목은 대북사업과 관련한 편의제공이 전부다. 그러나 '왕자의 난' 당시 정몽헌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지원해달라는 것 등 다목적용이라는게 중론이다. 일부에선 현대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노리고 정치권에 보험을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권씨가 받았다는 3,000만 달러는 명목이 무엇이든 해외에서 자금수수가 이뤄져 다른 비자금에 비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대북사업 등과 관련된 청탁성 자금이며, 사건의 핵심인 해외 부문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벌써 국민의 정부 실세들의 노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3,000만 달러의 구체적인 사용처나 실체는 미궁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이 문제를 검찰이 아니라 권씨측이 먼저 200억원 수수 혐의를 벗기 위해 먼저 끄집어냈다는 사실이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검찰이 정치권에 부담을 주는 이 문제를 건드리기 어렵다는 점을 역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지만, 어느 경우든 신빙성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도 문제다. 이 전 회장은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돈을 보냈다"고 했으나, 정 회장은 "이 회장이 '김영완이 (돈을) 요구해 왔다'고 보고해 김씨 해외계좌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배달사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3,000만 달러 의혹의 열쇠는 김영완씨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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