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프랑스 프와티에서 열린 국제 게임대회 'e스포츠 월드컵(ESWC)'의 '워크래프트3'(워3) 부문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은 당혹스런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최고의 워3 고수 3명이 참가한 만큼 1∼3위를 나란히 차지할 것이라는 국내 예상과는 달리 모두 탈락하고 만 것.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시작으로 세계에 e스포츠라는 게임 문화를 전파한 것은 한국이었지만, 수 년 사이에 유럽 선수들의 기량은 눈부시게 성장해 있었다.그때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스웨덴의 알보츠 하이다리안(18)과 프레드릭 요한슨(19)이 온라인에서 한 팀을 이뤄 활동했던 즈드라프코 조르지에프(19·불가리아)와 헨릭 스트롬(19·노르웨이)을 대동하고 지난달 한국을 찾아왔다. 국내 게임 전문 케이블 채널인 온게임넷이 주최한 '슈마배 워크래프트3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인텔코리아는 이들 4명으로 프로 팀을 창단했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프로 게임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도 기욤 패트리, 베르트랑 등의 외국 선수들이 한국에서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꺼번에 국내에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것은 처음. 10일 프로게이머 봉준구 선수가 운영하는 강남의 한 PC방에서 만난 이들은 "월드사이버게임즈(WCG) 참가 경험과 한국의 게임 열풍 소식을 온라인으로 접하고 용기를 내 찾아 왔다"고 말했다. 유럽에도 토너먼트 형식의 게임 대회는 많이 열리고 있지만 상금 외에 월급을 받는 '프로 게이머'라는 직업과 수 개월에 걸쳐 개최되는 '리그전'은 없다는 것. 한국에는 여러 개의 게임 전문 방송국도 있고, 프로게이머들이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 받는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접했다고 한다. WCG도 세계 최고 권위의 게임 대회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ESWC에서 한국 선수들을 물리친 이들도 막상 한국에 와서는 기량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환경이 다른데다 팀 감독도 갑자기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특히 '잘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한다. 요한슨 선수는 "스웨덴에서는 게임을 재미로 했는데, 한국에 오니 '직업'이 되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심하고 너무 긴장된다"고 말했다. 스트롬 선수는 입에 맞지 않는 한국 음식이 가장 큰 고통. 하루 8∼9시간씩 게임 연습을 하면서도 매일 같이 버거킹, 맥도널드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선수들의 게임 방식이 유럽과 다른 것도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한국 선수들은 게임을 하기 전에 많은 전술을 연구해 오고 시작부터 정확하게 적용해 가는 반면에, 외국 선수들은 게임을 하면서 그때그때 임기응변 식으로 전술을 만들어 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컴컴한 PC방 한쪽 구석에서 하루 종일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는 이 푸른 눈의 전사들이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을지 게임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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