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이 출두한 14일 검찰청사 주변은 대통령 재신임 사태를 초래한 사안의 심각성 때문인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은 최씨를 이날 귀가시키지 않은 채 사실상 긴급체포 상태에서 조사를 벌였다.그러나 최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시중은행 간부출신 이영로(63)씨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만난 것도 부인하다 나중에 시인했으나,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버텨 수사는 더디게 진척됐다. 이씨는 최씨의 부산상고 9년 선배이고, 손 회장과는 초등학교 동문으로 사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내사가 시작될 즈음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난달 14일부터 부산 모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데 의사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다. 검찰은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최씨는 이씨에게 미루고, 이씨는 입을 뗄 수 없는 상황이라 미궁을 피해 촘촘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다만 대통령의 '집사'라는 최씨의 이력이나, 자금 수수 시점의 미묘함 탓에 엉뚱한 의혹이 제기될까 우려하는 눈치다. 돈을 받은 작년 12월26일은 대선 직후인데다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의 결혼식 다음날. 때문에 정치권에서 당선 축하금이거나 결혼식 축의금이란 식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씨는 이날 오전 9시55분 대검 청사에 나와 "어렵게 대통령이 됐는데 이렇게 물의를 일으켜 국민과 대통령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으나, 비교적 차분한 표정이었다.
이상수 의원은 예상보다 긴 12시간여 조사를 받고 이날 밤 10시40분께 귀가했다. 출두 전 기자실을 방문해 "SK에서 받은 15억원과 10억원을 정상 영수증 처리했다"며 무죄를 자신한 이 의원은 기탁한도를 넘어 문제가 된 10억원 부분에 대한 검찰의 판단에 억울하다는 입장. 불법이기보다 편법이고 정치권의 관행을 이번에 처음 문제 삼는 것이 결국 구색 맞추기 수사라는 얘기다.
한편 이 의원은 'SK가 10억원을 더 주려 하니 연락해보라'고 전한 당 핵심 관계자가 한화갑 전 대표냐고 묻자 즉시 부인했으나, 정대철 전 대표냐는 질문에는 응수하지 않고 웃었다. "억울할 수 있겠지만 불법성은 명백하다"는 검찰의 분위기는 죄는 묻되, 불구속으로 수위를 조절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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