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부인 현정은(48·사진)씨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현대그룹 관계자는 14일 "현 여사가 그룹을 총괄하고 계열사는 당분간 기존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그룹지배 구조가 정리되고 있다"며 "현대그룹은 조만간 현 여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르면 이 달 말 그룹 재편과 경영권 문제 등을 공식발표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씨는 고 정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4.9%)을 상속 받고 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인 어머니 김문희(74) 용문학원 이사장의 지분(18.57%)의결권을 넘겨받아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68)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 간에 갈등을 빚었던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현씨가 승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룹 관계자는 또 "상선과 엘리베이터, 택배 등 3개사를 주력사로 키우는 대신 현대투신 등은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아산의 경우 수익을 내기 힘든 사업 성격상 그룹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현씨가 엘리베이터나 상선 등 계열사 회장으로 취임할 지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그룹의 대표 대주주로 남게 될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씨가 엘리베이터 회장으로 취임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와 상선 지분을 잇따라 매집, 그룹의 실제 지배권 행사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정상영 명예회장의 금강고려화학측은 "정 명예회장은 김 이사장이 보유중인 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한 담보설정분(전체의 12.5%)을 포함한 소유 주식만큼 권한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강고려화학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현대가의 어른으로서 경영진 인선과 사업 계획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조언하는 등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현대그룹측이 고 정몽헌 회장이 정 명예회장에게 빌린 돈(290억원)을 갚아 담보로 잡힌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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