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저녁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연극인 100인 성명'을 주도한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와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최종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나란히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토론을 주최한 '대학로 포럼'은 참여정부 출범 이전부터 문예진흥원을 민간인이 주도하는 문화예술위원회로 개편할 것을 주장해온 모임으로 대학 연극과 교수들과 현장 연극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정부의 '문화계 코드 인사'를 비판하는 연극인 성명을 주도했고, 문화예술위 구성 문제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정 교수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토론회는 양측의 의견이 최소한의 공통 분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문예진흥원 개편 문제가 '특정인의 감정 싸움과 패거리 다툼'으로 비화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남긴 것 말고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정 교수는 발제가 끝나자마자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문화예술위로의 개편을 전제로 한 토론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그의 퇴장은 연극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사람의 처신 치고는 결코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예진흥원을 문화예술위로 개편하는 것을 기정 사실화한 상태에서 토론회를 이끌어간 '대학로 포럼'측도 이에 반대하거나 연기를 주장하는 연극인들과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했다. 문예진흥원 개편을 둘러싸고 갈등에 휩싸인 연극계에 서로 한 발짝씩 다가서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였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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