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신임을 둘러싼 논란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이어 어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국회연설을 보면 재신임 문제가 소모적인 정쟁으로 번질 조짐이 적지 않다.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재신임 요청 자체만으로 정치와 국정의 혼란이 이미 초래된 마당인데 그 후속논의가 예측 범위를 넘어 갈피를 못잡는 양상으로 향하는 것 같다.우선 정치권 스스로가 저마다 말을 바꾸면서 재신임 투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생기고 있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의 이유를 당초와는 다른 내용으로 확대시키는 변질을 꾀하고 있고, 여기에 대응하는 정치권 4당이 제각각 오락가락한다. 이를 보는 국민은 뭐가 뭔지 모른 채 다시 불안하다. 노 대통령은 "얼마간의 국민 불안과 국정 혼란이 있겠지만 이 정도의 진통은 감수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재신임 논의가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경우 이를 '감수할 만한 진통'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치권에 초래된 혼선의 이면에는 재신임 투표의 승산계산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신임 논의를 정략적인 계산만으로 끌어가기에는 예상되는 정치적 비용과 국민의 피해가 너무 크다. 사태의 심각성은 최 대표가 대통령 탄핵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지경까지 이른 데서도 드러난다. 재신임 문제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를 상황이다. 정략과 정략이 맞서는 무한 대치로 치달아서는 아무도 얻을 것이 없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재신임 절차는 가급적 조속히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완전한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작금의 재신임 정국에서 분명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4당은 재신임의 당위성과 절차 등 '게임의 룰'에 대한 정면·정식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또 결론을 빨리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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