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장남 재용(삼성전자 상무)씨 간의 편법 상속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할 전망이다.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는 13일 이 사건과 관련,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보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무상 배임의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특경가법상 배임의 경우 3년이 더 늘어난 2006년 말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 내용 검토결과 이 회장 등 사건 관련자들의 위법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배임 액수는 최소 50억원 이상이 된다"며 "이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가 아니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고발인들도 당시 재용씨에 대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발행 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는 거액의 배임죄가 되든지 아니면 무죄가 되든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동안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할 경우 올해 말에 시효가 만료되는 점 등을 감안, 이 부분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수사는 전환사채 발행 당시 가격의 적법성 등 '비상장 주식' 평가 방법과 그룹 상속을 위한 고의적인 매매였는지 여부 등을 놓고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고발인인 전국 법학 교수 43명은 1996년말 삼성에버랜드측이 전환사채를 재용씨에게는 주당 전환가액 7,700원에 발행했지만, 당시 에버랜드 주식의 실거래가격은 10만원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도 "당시 에버랜드 주식의 순자산가치는 주당 수십만원을 웃돌기 때문에 재용씨의 부당 이득액은 수천억원에 달한다"며 "삼성 계열사들 역시 재용씨에게 실권주를 몰아줌으로써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그룹 지배권을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측은 평가기관의 정당한 평가를 거쳐 전환사채 가격을 산정하는 등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검찰 주변에서는 이 사건이 2000년 6월 고발 이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 때문에 검찰이 사건처리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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