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KEDI)이 13일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대책 초안은 연간 17조6,000억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강도 높은 처방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부분이 많아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또 5차례의 공청회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삭제 혹은 개정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교육인적자원부도 KEDI의 초안에 부담을 느끼는 탓인지 "교육부 안이 아니라 KEDI의 안에 불과하고 교육부와는 협의한 적 없다"며 한발 물러서있는 상태다.
사교육 문제는 정부가 오랜기간 해결노력을 기울이고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경제부처들이 부동산 문제의 주범으로 집중 거론하면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침 이날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교육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교육부가 상당한 부담을 안고있는 상황이다.
KEDI는 현재 사교육을 발생시키는 주 원인으로 점수 위주의 평가제도와 과잉 교육열을 부추기는 사회구조를 들고 있다. 따라서 이 구조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고교과정에서 모든 교과목 평가를 지양하는 동시에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필요한 핵심 교과만을 평가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합격 혹은 불합격만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평가체제를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수능시험에서 1, 2점에 목숨을 거는 점수제를 폐지하고 20∼30단계에 달하는 등급제를 실시할 경우 입시과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대학의 입장에서 볼 때 내신에서는 변별력이 완전히 사라지는데다 수능 역시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면접이나 구술고사를 강화하는 등의 또 다른 방식의 시험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참교육학부모회 송환웅 부회장은 "초·중·고의 학제를 바꾸고 수능을 등급제로 전환하는 것은 교육의 틀을 바꾸는 문제인데 이같이 졸속으로 나온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예체능의 경우 외국에서도 합격-불합격 2단계에서 점수제로 가고 있는데 KEDI 방안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천보선 연구국장도 "고교를 2년으로 하는 학제의 전환은 오히려 고교 전체를 입시기관으로 변질시켜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이미 일부 대학이 입시에서 수능 등급제를 운용하고 있는 마당에 수능의 점수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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