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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강력범죄… 경찰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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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강력범죄… 경찰 "속앓이"

입력
200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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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등 강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경찰 수사는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어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경찰은 '사후약방문'식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뾰족한 수가 없어 뒷북 치안을 펴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삼전동 일가족 3명 피살 사건(4월6일), 삼풍아파트 통계청 여직원 피살 사건(5월22일) 등 사건 발생 이후 5개월 이상 수사를 했는데도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살인 등 장기 미제 강력사건이 서울에만 10여건에 달한다. 최근 발생한 70대 명예교수 부부 피살 사건(9월24일)과 구기동 일가족 3명 피살 사건(10월9일)도 현재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3월30일 도서관에서 귀가하던 여대생을 납치해 1억원을 요구한 사건과 2건의 대전 현금수송차 도난 사건 등 민생치안과 직결된 사건도 전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동대문·남대문 상인 상대 연쇄 강도사건도 언론 보도 이후에야 부랴부랴 수사에 나서 범인을 잡은 경우였다. 삼전동 피살 사건 현장의 이웃 주민인 김모(50)씨는 "우리 집에도 강도가 들지나 않을까 걱정돼 밤잠을 설친다"며 "서울 시내에서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는데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불황으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부동산 폭등 등으로 빈부 격차가 심화해 상대적 박탈감이 팽배해지면서 범죄는 점점 흉포화·지능화 하고 있는데도 사건에 대처하는 경찰 수사에는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초경찰서가 수사중인 삼풍아파트 여공무원 피살 사건과 수서경찰서가 맡은 삼전동 피살사건 수사는 강도 흔적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면식범에 의한 범행에 초점을 맞췄으나 피해자 주변 인물들의 알리바이가 입증되면서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경찰 수사 관계자는 "사건 발생 초기 용의자를 너무 일찍 특정하면서 일방적으로 수사 방향을 설정하고, 주변 탐문과 현장 조사 등을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며 "최근 발생한 살인 사건은 고도의 지능적인 범죄가 많은데 수사진은 사건을 너무 쉽게 풀려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또 서울의 경우 경찰개혁 차원에서 지난 7월 단행된 강남과 강북 주요 경찰서의 수사인력 대폭 교체가 수사력 저하 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관내 상황에 밝던 사람보다 새로 온 인력의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토로했다.

장기 미제 사건이 증가하자 경찰청은 13일 서울 시내 주요 미제사건 조기해결을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수사력을 총동원,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호성 다짐만 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서울경찰청 김동민 형사과장은 "미제사건 조기해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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