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액션영화 대부 정창화―거장 임권택 "50년전 감독과 똘마니로 첫 인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액션영화 대부 정창화―거장 임권택 "50년전 감독과 똘마니로 첫 인연"

입력
2003.10.14 00:00
0 0

한국 액션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정창화(75) 감독이 한국 영화의 거목 임권택(67) 감독과 9일 저녁 해운대에서 열린 '정창화 감독과의 만남' 행사에서 재회했다. 두 사람은 1950년 대 후반 각각 감독과 연출부로 인연을 맺었다. 정 감독은 액션의 불모지대였던 충무로에 액션영화 바람을 일으킨 뒤 홍콩으로 건너가 장철, 호금전 등 홍콩 무협영화 전성기를 연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죽음의 다섯 손가락'(1972)을 비롯한 무협영화를 만들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작자로 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10일 막을 내린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 정창화 회고전은 일찌감치 표가 동이 났다.제 2회 때의 김기영 회고전과 더불어 기억할 만한 회고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감독은 '사극과 무협, 멜로 장르를 뒤범벅한 재기 있는 상업영화 감독'에서 액션영화의 거장으로 재조명을 받았다.

두 감독은 시종 덕담과 재담을 번갈아 나누며 만남을 기뻐했다. 미국 서부 라 호야에서 낚시를 하며 소일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힌 정 감독은 "회고전 소식을 미국에서 듣고 기뻤다. 영화에 대한 향수가 북받쳐 올라 반갑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감독은 "1955년 영화계에 첫 발을 디딘 후부터 감독으로 데뷔한 1961년 전까지 정 감독 문하에서 수업했다. 정창화 감독 회고전이 누구보다도 감개무량하고 기쁘기 짝이 없다"며 노장의 귀향을 반겼다.

그는 "1955년 '장화홍련전' 촬영 중반부에 제작부 '똘마니'로 들어가서 감독님을 알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 중에 여배우가 2층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찍으면, 테스트 촬영 때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구르게 한 다음 비로소 촬영에 들어갈 정도로 꼼꼼했다"는 찬사도 잊지 않았다.

정 감독은 임 감독의 부지런함을 떠올렸다. "영화 촬영 도중 사장이 젊은 청년 하나를 데려왔다. 모든 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우선 소품부에 배치했다"고 운을 떼자 임 감독이 "소품부는 그 나중에 올라간 거고 처음엔 완전 '똘마니'였다"고 정정해 객석에 웃음이 번졌다.

정 감독은 통행금지가 해제된 새벽 5시면 어김 없이 출근 해 장비를 점검한 임 감독이 큰 거목이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수 많은 흥행작을 만든 정 감독은 당시 홍콩 최고의 영화사로 군림한 쇼 브라더스에 스카우트돼 '천면마녀'(1969) 등을 만들어 크게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에선 겨울에 언 설렁탕을 먹으며 영화를 찍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열을 다해 찍었다"면서 "특수효과부가 없어서 진짜 총기를 사용하다가 유탄이 가슴에 파고들어 죽을 뻔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두터운 파카 안에 접어서 꽂아둔 대본이 아니었으면 그는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를 점령하지도('죽음의 다섯 손가락') 못했을 것이며, 홍콩 무협 영화의 전성기는 조금 늦춰졌을 것이다.

정 감독은 호금전, 장철 등 홍콩 무협 영화 전성기를 연 거장과 나란히 거론되는 데 대해 "그분들이 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과찬"이라고 겸양하면서도 '천면마녀'를 선보이자 쇼브라더스 사장이 감독들에게 저를 연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해 그의 위상을 짐작케 했다.

임 감독은 "한국영화 여건이 좋아졌으니 좁은 시장만 바라볼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 내놓을 영화를 만들라"는 당부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부산=글사진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