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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재신임 정국/시정연설-정치권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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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재신임 정국/시정연설-정치권반응

입력
200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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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리의혹이 심판대상 돼야"13일 노무현 대통령의 '12월15일 전후 국민투표' 제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국민투표는 좋으나,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의혹과 국정실패가 심판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투표시기는 문제가 안 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완전한 찬성도, 전면적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반응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국민투표 자체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표면적 분위기다. 최병렬 대표도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우리가 국민투표에 대해) 꽁무니를 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국민투표 외에는 대통령 재신임의 방법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던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이날 국민투표에 '비리의혹 심판'과 같은 조건을 걸고 나선 것은 "노 대통령의 말 바꾸기로 상황이 질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우리가 국민투표를 수용했던 것은 당초 노 대통령이 '최도술씨 비리와 축적된 국민불신에 대한 재신임을 받겠다'고 해서 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정치권 전반의 부정부패를 연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국민투표를 하려면 처음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은 국민투표에 앞서 최도술씨 비리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 대통령의 진퇴를 물어야 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라면 대통령은 마땅히 전모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특검제로 가겠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를 통해 여론을 불신임 쪽으로 몰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여기엔 국민투표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도 아울러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재신임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지난 주말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관측의 현실성을 높인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가 국민투표에 문제가 많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다"며 "명분과 모양새를 갖춰 U턴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민주 "비리수사후 투표여부 결정"

민주당은 13일 "국정혼선에 대한 자성 없이 자기 변명과 책임전가로 일관했다"고 혹평했다. 일부 의원은 재신임 국민투표 대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거론하는 등 '개헌론 불지피기'에도 나섰다.

민주당은 최도술씨 비리에 대한 대통령의 고해성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도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검찰수사 이후 국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반대했다.

박상천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국회, 사회불안은 언론, 경제는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린 채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불순한 동기가 엿보인다"며 "최 전 총무비서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위축될 경우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조순형 비상대책위원장은 "'측근비리 때문'이라던 재신임 사유를 정치권에 돌리고 그 시기와 방법도 직접 제시하는 등 말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검찰수사에 따라 스스로 하야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2월15일로 투표시기를 못박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추미애 의원은 "대통령이 최 전 비서관 비리와 무관치 않은데도 배수진 치듯 말하는 것은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라며 "국민투표라는 극단적 처방으로 국민불안을 부추기기 보다는 냉정하게 국정에 전념하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정책위의장은 "시정연설은 '대통령 못해먹겠다' 발언의 2탄"이라며 "청와대와 내각개편은 당장 하면 되는데 위헌논란까지 무릅쓰고 국민투표를 할 이유가 뭔지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김경재 의원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의 찬성을 받아 개헌안을 국민에 물어보는 복안도 있다"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여소야대 상황을 인위적 개편이 아닌,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학계와 당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고 개헌론 논의의 여지를 열어뒀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신당 "재신임 방법·시기 전폭수용"

통합신당은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12월15일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을 즉각 지지하고 나섰다. 한발 더 나아가 후속조치를 협의하기 위한 '3당 대표 회담'을 제안하고 국민투표 문제를 전담하는 '국민투표대책 특별위원회'도 만들기로 했다. '재신임 반대'에서 '재신임을 수용하되 국민투표 방식은 반대'로 돌았다가 다시 '합법적이라면 국민투표 수용'으로 계속 입장을 바꿔오던 것이 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계기로 중심이 잡혔다.

신당은 시정연설 직후 긴급의원총회를 연 뒤 "대통령이 제시한 재신임 방법과 시기 선택을 전폭 수용한다"며 3당 대표 회담을 제의했다.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대통령이 재신임 문제로 국정이 불안정해진 상태를 빨리 종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옳다고 생각한다"고 대통령 제안에 힘을 실었다. 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과 부패정치 청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정동영 의원), "비장하고 진솔명료하게 상황을 정리했다"(김영춘 의원)고 긍정 일색의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불신임보다 재신임 의견이 많이 나타난 데다 정면돌파를 통해 재신임될 경우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제안한 이후 청와대와 신당 지도부가 꾸준히 교감한 흔적도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나는 (대통령 연설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신당은 국민투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야당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재신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만큼 정치권이 활발한 토론으로 실시 방안에 합의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회의 조속한 합의를 강조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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