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일본군 위안부 출신 이옥선(77·사진) 할머니가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는 13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태평양 전쟁 광주유족회장 이금주(84) 할머니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12월10일 일제 강제연행 피해자 국적포기서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청와대에 국적포기서 제출을 시도하다 무산된 지 두 달 만이다.200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선으로 중국에서 귀국, 현재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할머니는 "배운 것도 없는 내가 58년 만에 한국에 다시 들어온 이유는 고통을 겪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 였다"며 "하지만 정부가 우리를 먼저 버렸기 때문에 힘들게 취득한 조국의 국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6세이던 1942년 울산에서 집안 심부름을 나왔다 일본군에 붙잡혀 중국 옌지(延吉)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군에게 반항할 때마다 온갖 폭행을 당하면서 몸에 새겨진 칼자국들을 볼 때마다 서러운 생각이 든다는 이 할머니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6월 방일 이후 '가슴 답답증' 이 부쩍 도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표해 "우리가 다시 60년 전의 악몽을 꾸지 않도록 해달라"며 일본정부에 사죄와 배상 요구를 언급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지만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기 때문.
일본은 65년 한일협정 이후 모든 보상은 끝났다는 입장이고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 관한 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가 2000년 10월 국회에 낸 특별법은 아직도 계류중이다.
가족들의 사망신고로 귀국 이후 1년 반 만에야 국적을 취득한 이 할머니는 "국적을 다시 찾은 날 살아 있다는 것을 인정 받았다는 생각에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며 "우리의 마지막 외침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고 울먹였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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