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우연히 독일과 일본에서 온 교수들과 환담을 하게 되었는데 독일의 한 교수가 한국의 경제발전에 경의를 표하면서 한국인의 문화 중에 정말 부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름 아닌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이 무엇보다 부럽다는 것이었다.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와우 아파트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부실 공사를 만들고 불량제품을 만들며, 남다른 새치기 문화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켰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는 보통 10년 이상 쓸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을 너무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생산단가도 높아서 경쟁력이 오히려 낮다. 또 상대적으로 제품 교체를 잘 하지않기 때문에 소비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품의 견고성과 내구성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기 때문에 디자인이 우수한 신제품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소비 패턴에 맞지 않는다."
그는 독일에 비해서 한국의 제품은 장기간은 아니지만 적정한 기간 사용할 수 있고, 또한 한국인은 쉽게 싫증을 내기도 해서 물건을 빨리빨리 자주 교체해 오히려 신제품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제조 기업들은 제품을 빨리빨리 만드는 것과 디자인이나 겉모양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제품 개발기간이 짧고 개발비도 적게 들며 회전도 빠르다는 것이다.
독일은 시스템을 한국처럼 바꾸고자 해도 오랫동안 정착된 문화라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이에 일본에서 참석한 교수도 일본도 독일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시험을 거치며 개발 기간도 길고 이에 따라 상품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에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거들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얘기대로 한국에는 참 빠른 것이 많다. 이혼율도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이고 출산율도 가장 빠르게 감소하여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아졌다. 놀라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노령인구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통계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세계적으로 독특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첨단기술을 포함한 각 분야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방향을 '빨리빨리' 모색해야 되지 않을까?
김 윤 호 중앙대 교수 전력전자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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