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재신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제시함에 따라 현행 헌법에서 재신임 국민투표가 가능한지, 국민투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우리 헌법은 72조에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투표 대상으로 '대통령 재신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게 논란의 발단이다.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은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대통령이 '불신임 받으면 하야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적 결단으로 국민투표 실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책과 연계하지 않더라도 헌법상의 국가안위에 관한 개념을 넓게 해석하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재신임 투표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홍사덕 총무는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게 당론이고, 국민투표법 등 필요한 게 있으면 규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인 홍준표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문제 만큼 중요한 국가 안위가 어디 있느냐"면서 합헌론 편에 섰다. 이주영 의원도 "국민투표법에 재신임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일 뿐 헌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대통령의 진퇴 사항에 대한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의견이 다수 헌법학자들의 견해이며, 따라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더라도 불가능하다"며 '위헌'쪽에 무게를 뒀다. 유 대변인은 "위헌이 아니라는 소수 견해가 있으나 이 경우에도 국민투표의 목적을 규정한 국민투표법 1조를 개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민투표 여부의 최종 결정권은 헌법 개정안 의결권 및 법률안 의결권을 갖고 있는 국회에 있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
통합신당은 전적으로 노 대통령 뜻을 따를 태세다. 문석호 의원은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사임 판단 자료로 국민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법률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기남 의원도 "'국가 안위'라는 표현이 추상적인 만큼 신임 투표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동조했다.
헌법학자들의 경우엔 위헌이라는 의견이 많다. 연세대 법대 전광석 교수는 "대통령의 재신임은 국가 안위에 관한 주요 정책 개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투표는 위헌"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75년 유신헌법 찬반과 재신임을 물은 경우에는 위헌을 제기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노태우 대통령때 중간평가에 대해선 대한변협이 위헌이라고 반대했었다"고 덧붙였다.
명지대 김철수 석좌교수도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이고, 정치적으로도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로 박정희 대통령이 재신임을 물은 것처럼 다른 대통령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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