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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한마당 성황/지금 파주선 동심이 살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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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한마당 성황/지금 파주선 동심이 살찐다

입력
200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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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단지는 지금 아이들 세상이다. 10일부터 열리고 있는 파주 어린이책 한마당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로 북적댄다. '자연과 놀아요' 를 주제로 19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국내외 500여 출판사가 골라 낸 좋은 어린이책 2만 여종의 전시·판매는 물론 출판단지 내 약 12만평의 야외 공간 곳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체험 행사로 꼬마 손님들을 맞고 있다.일요일인 12일에는 1만여명이 찾았다. 때 아닌 비로 사람들이 실내로 몰려 드는 바람에 책 전시장인 아시아출판정보센터는 북새통을 이뤘다.

그림책·동화·역사·인물·문화 등 주제별로 나뉜 각 코너와 통로에는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책 읽기에 빠진 동안 아주 어린 아이들은 유모차에서 곯아 떨어졌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무릎에 앉거나 바닥에 드러누워책을 본다. 같은 건물의 이벤트 홀에서는 슬라이드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동화를 듣고, '보글보글 마법의 수프' 등 인형극을 본다.

전시장 바깥 풍경도 활기가 넘친다. 메밀꽃과 코스모스가 한창인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따라 다니느라 부모들은 녹초가 된다. 3만 평이나 되는 옥수수 밭에는 그림책이 숨어있다.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등 15권의 내용을 한 장 한 장 액자에 담아 늘어놓았다. 아이들은 키 큰 옥수수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그림책을 읽는다.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한 꼬마들도 그림을 보며 제 멋대로 지어낸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책 읽는 시늉을 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흙놀이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 뾰족 지붕의 하얀 텐트들이 늘어선 놀이마당에서 아이들은 놀이에 빠져 정신이 없다. 고무줄놀이, 줄놀이, 고리 던지기, 비눗방울 놀이, 천연 염색, 나뭇잎 탁본…. 맨발로 진흙을 밟으면서 1시간 동안 벌이는 흙놀이 텐트에서 나온 아이들은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온통 흙 투성이다. 녹로 돌리기 텐트에서 나온 아이들은 저마다 직접 빚은 작은 그릇을 하나씩 치켜든다. 흙놀이 텐트에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는 30명 정도. 못 들어 간 아이들에게는 진흙 한 덩어리씩을 나눠준다. 아이와 부모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작품을 빚는 데 열중한다. 그들의 등 뒤로 너른 메밀밭의 하얀 꽃물결이 가을 햇살에 빛난다.

바로 옆에서는 핀란드 등 유럽에서 온 대장장이 예술가들이 대장간을 차려놓고 벌겋게 단 쇠를 두드려 도마뱀도 만들고 말도 만든다. 구경하는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출판단지를 감싸 안은 나지막한 심학산과 행사장을 돌아 나가는 샛강도 체험학습의 장이다. 전문가의 안내로 숲과 샛강에 사는 동식물 생태를 관찰한다.

파주시와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올해가 시작이다. 첫해라서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고 운영이 어수선한 점도 많다. 그러나 아이들은 대체로 즐거운 표정이다.

엄마와 함께 온 네 살 배기 세현이는 "여기서 아주 많이, 많이 놀자"고 했다. 집에 안가겠다고 버티던 녀석이 오전 11시부터 돌아다니며 노느라고 피곤했던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그때가 오후 4시. 돗자리에서 자고 난 세현이가 잠깨자마자 하는 소리는 "엄마, 내일 또 와요"다. 결국 세현이네는 주말에 다시 오기로 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찾아가는 길 △자가용=서울·고양 지역에서는 자유로를 타고 이산포 나들목 지나 자유로 휴게소로 들어오면 맨 끝에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파주·문산 쪽에서는 자유로 서울 방향으로 가다 문발 인터체인지 앞 500m 지점에서 유턴해 곧바로 우회전.

△셔틀버스=서울 지하철 합정역 8번 출구, 고양시 대화역 3번 출구, 파주 금촌역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행사장에서 나가는 셔틀버스 막차는 합정역 방향 오후 5시 50분, 대화역 금촌역 방향 오후 5시30분.

입장료 어른과 청소년 3,000원, 어린이와 유아(4세 이상) 4,000원.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20인 이상 단체관람은 각각 1,000원 할인.

준비물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게 더러워져도 괜찮은 편한 옷을 입히자. 식당이 부족하니 간단한 도시락을 챙기고, 돗자리도 들고 간다. 전시장 입구에 쌓여있는 어린이책 목록이나 전시장에서 산 책을 담을 수 있는 큼직한 가방도 요긴하다. 행사장에는 유모차가 준비돼 있으나 많지 않으니 갖고 가면 좋다. 행사장 내 모든 도로는 차량이 다니지 않으므로 안심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수도 있다.

주의 흙놀이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인형극 등 실내 이벤트는 각각 매일 3∼5회 하고 한 번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다. 현장에서 선착순 접수하므로 서두르는 게 좋다. 1만 명 이상이 다녀간 12일의 경우 모든 프로그램의 참가 접수가 오전 중에 마감돼 뒤늦게 온 부모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든 행사는 오후 5시30분에 끝난다. 프로그램이 많아서 다 즐기려면 하루가 빡빡하다. 미리 프로그램을 확인해 계획을 짠 다음 오전에 와서 일찌감치 접수해 놓고 이곳 저곳 여유 있게 돌아보는 게 좋다. 자세한 정보는 www.pajucbf.org 참조. 문의 (031)95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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