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게 세상을 떠난 딸아이의 생전의 꿈을 실현해 주고 싶었습니다."지난 6월23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동반자살이란 극단을 택한 아버지에 의해 어린 동생과 함께 짧은 생을 마감한 고 김지인(11·당시 충남 태안군 태안초등학교 5년)양이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쓴 동시와 일기를 모은 동시집(사진)이 어머니에 의해 출간됐다.
'꽃도 눈물을 흘린다'(오늘의 문학사)란 제목의 이 동시집은 네살배기 동생(예인)과 함께 세상을 슬프게 떠난 지인양이 평소 시인을 꿈꾸며 또박또박 써 내렸던 작품의 모음집.
지인양의 어머니 김순영(35)씨가 다니는 교회의 최장희(46·시인) 목사와 함께 사랑했던 두 딸의 유품을 정리하다 아름다운 동시가 담긴 큰 딸의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134쪽 분량의 이 동시집에는 "별아 별아 / 넌 숨지도 못하지? / 초롱초롱 하얀 눈땜에 / 숨지도 못하지?"라고 쓴 '별'이란 동시를 비롯해 지인양의 동시 50편과 일기 20편이 실렸다.
사랑했던 두 딸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절망과 슬픔, 애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와 일기도 이 동시집에 함께 담았다.
최 목사는 "김양의 가족은 주위에서 부러워할 만큼 행복한 가정이었으나 아버지가 실직하면서 행복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아버지는 천사같은 두 딸과 함께 이 세상과의 결별을 선택했다"면서 "이 책은 비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뼈속까지 스미는 슬픔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하늘나라로 간 두 딸이 슬픔 없이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며 다음에 하늘나라에서 두 딸을 만났을 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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