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단합을 위해 열리고 있는 대학 정기전이 오히려 학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학생들의 단합을 위해 정기 대항전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오히려 학내 갈등으로 번졌다. 지난달 26, 27일 개최된 고연전도 고학년 학생들의 참여 부진으로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을 뿐 아니라, 아예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1999년 재개된 50년 전통의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 역시 선수생도와 일반생도의 갈등을 이유로 올해 다시 폐지됐다.성균관대와 한양대 총학생회가 정기 대항전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공고한 이후, 양교 에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기에 양교 학생들간, 본교와 분교간 자존심 싸움까지 더해져 감정적인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월드컵 때 국민들이 응원으로 하나되는 것처럼 정기전을 통해 학생들이 하나되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총학생회의 추진 취지가 무색할 정도.
ID가 '흠냐'인 한 한양대생은 "성균관대 학생들 대부분은 자기들보다 한 수 아래인 한양대와 왜 정기전을 하느냐는 식의 논리를 펼치면서 반대하고 있다. 우리학교 학생들 의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깎아 내리기 바쁜 마당에 정기전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학교 홈페이지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이런 자존심 싸움 때문에 정작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는 총투표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신진수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총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많으면 다시는 성균관대와의 정기전 얘기를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한양대 안산 캠퍼스 학생들의 참여 문제. 성균관대 측은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의 경우, 분교가 아니라 공대가 분리된 것으로 한양대 안산 캠퍼스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며 "성균관대 수원캠퍼스는 참여할 수 있지만 한양대 안산 캠퍼스는 정기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총학생회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안산캠퍼스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학내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자신을 '한양대 공과대학 03학번'이라고 밝힌 안산캠퍼스 한 학생은 "나를 화나게 하는 건 다른 학교는 물론, 같은 학교에서도 분교 학생들을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이름의 대학과 교류는 없으면서 타 대학과의 교류를 원하는 저들의 목소리에도 화가 나며 그런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40년 전통의 고연전 역시 최근 들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운동경기 위주의 단조로운 프로그램과 고질적인 취업난으로 벌써 몇 년째 고학년들의 참여가 저조한 채, 일부 동문들과 저학년들만의 '반쪽 잔치'로 치러지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문화국장 권현준(25)씨는 "저학년이나 호기심에 참여할 뿐 학년이 올라갈수록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선후배들이 한데 어울려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기억은 추억이 된지 오래"라고 말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구기향(23)씨는 "고연전 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가거나 시끄러운 학교를 피해 동네 도서관을 찾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고려대내 일부 학생단체들은 '안티 고연전 실천단'까지 결성하고 "고연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연전이 학벌체제를 공고히 하고, 남성중심적일 뿐 아니라 장애인을 차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왔다"면서 "대학 축제로서는 도를 넘어선 수 억원의 돈 잔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고연제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공짜 술을 제공하던 주변 상인들 역시 올해에는 아예 학생들을 피해 문을 걸어 잠그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9월 개최된 '카이스트·포항공대 학생대제전'은 사정이 다르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두 대학의 정기전은 농구, 축구, 야구 등 운동경기 뿐 아니라 해킹, 스타크래프트, 적분미로대회, 과학 상식퀴즈 등 과학기술 종목 대결 및 학술·문화 행사를 병행,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카이스트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강태종(21)씨는 "해마다 학생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학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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