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을 세우고 잠수함에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5일 '테러 세력에 대한 선제공격권'을 내세우며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 영토를 공습한 바 있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2일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의 말을 인용, 이스라엘이 최근 핵탄두를 장착한 미국제 '하푼' 크루즈 미사일을 독일제 돌핀급 잠수함에 탑재해 실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개조한 핵탄두 탑재 하푼 미사일은 바다 밑 잠수함에서 어뢰구를 통해 발사하며 사정거리도 보통의 130㎞보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이란 등 주변국이 1990년대 초반부터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자 지상에 배치한 핵 미사일들을 외국의 선제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상 배치를 추진해 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로써 이스라엘은 육해공 모두에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전하면서 특히 핵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 배치는 이란에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포기하라고 촉구하는 미국과 유엔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최신호(13일자)도 이스라엘이 핵무기 제조용으로 의심되는 이란 내 핵 시설들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는 F-16 전투기로 이란의 6개 핵 시설을 동시 폭격해 완전 파괴한다는 내용의 '까다롭지만 기술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선제공격 계획을 세웠으며, 2개월 전에 산하 특수부대에 작전 명령을 내렸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슈피겔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움직임이 주변 아랍국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은 9월 말 유엔 총회에서 "미국과 유엔이 이스라엘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는 묵인하면서 이란에만 엄격한 핵 사찰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의 한 고위 관리는 "중동 지역 핵 논쟁의 근원은 이스라엘"이라며 "이스라엘의 핵은 다른 나라의 핵무기 개발을 유발하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50년대 중반부터 핵을 개발해 현재 100∼4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철저히 묵인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제조·보유·이전을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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