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56·사진)가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이란 정국의 핵으로 등장했다.보수파와 개혁파가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이란 정계는 인권운동가이자 개혁파의 기수인 에바디가 '서방 최고권위'의 노벨상을 수상하자 정치권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벌써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보수파들은 "서방이 노벨상을 미끼로 이란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저열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개혁파들은 에바디의 수상이 이란 개혁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양 진영이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에바디는 11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회견에서 반 인권적인 이슬람식 사법제도 개혁과 정치범의 석방 등 민감한 사안을 거론해 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회견에서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처럼 이슬람식 형벌은 현대적 형벌로 대체돼야 한다"며 투석(投石), 신체절단 등 이란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슬람식 형벌의 철폐를 주장했다. 또 "이란 국민들은 1979년의 이슬람 혁명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정치·사회·경제적 개혁과 민권 개혁을 촉구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국영 TV 등 주요 매체들은 수상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며 단신으로 취급하는가 하면 한 신문은 에바디를 다른 여성 변호사와 혼동해 보도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보수 신문인 '레살라트'는 에바디의 수상에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노벨상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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